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부재의 임재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갔다.”


저는 지금 수련자들 사회 복지 체험을 위해
진주에 있는 노인 요양 시설에 와 있습니다.
아름다운 진주의 남강 가에 위치해 있어서
어제 밤에는 거기서 마라톤 연습을 하였고,
오늘 새벽 다시 어두운 강가로 나갔습니다.
 
제 딴에는 조금이라도 비슷한 분위기에서
오늘 복음을 묵상해보고자 함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머릿속에서 상황 극을 한 셈인데,
새벽으로 향하는 밤 남강에서
새벽으로 향하는 갈릴래아 호수를 보고,
밤새도록 풍랑과 사투를 하는 제자들 보며
이곳에서 체험 중인 저희 수련 형제들 보고,
그 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어찌 하셨는지를 보며
저는 어찌하고 있고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오늘 복음의 상황은 이러합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오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오천 명이나 먹이는 그 엄청난 일을 치룬 다음
주님께서는 제자들만 따로 호수를 건너가게 하십니다.
 
같이 가지 않으시고 왜 주님은 제자들만 따로 가게 하셨을까?
제자들을 재촉하셨다고 하는데 왜 재촉을 하셨고,
호수 건너편이라고 하는데 건너편 어디일까?
 
우선 제자들만 따로 가게 한 것은 왜일까?
제자들을 먼저 보내고 당신은 군중을 돌려보내신 것을 보면
피곤한 제자들을 쉬게 하시려 뒤처리는 당신이 하신 것 같은데,
제자들이 배를 저어 갈 때
당신은 산으로 가시어 혼자 기도를 하셨다는 것을 보면
당신의 기도를 위해 제자들을 방치하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저와 같은 예수님이었다면
피곤한 제자들을 위해 당신이 혼자 피곤한 일을 감당하고,
그리고 피곤한 당신의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해
홀로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저 같은 주님이 아니시니 그 이상이실 것입니다.
그 이상의 뜻이 분명 있으셨을 것입니다.
 
복음을 보면 먼저 가게 하신 것이 쉬게 하려 하신 것이 아닙니다.
당신 없이 제자들끼리만 풍랑과 싸우게 하신 것입니다.
이는 부모가 어린 자식들만 남기고 어디 간 것과 같은 거지만
의도적이라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그 의도는?
주님 없이도 풍랑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라는?
인간적인 면에서 저도 저희 수련자들에게 그렇게 하긴 합니다.
부모가 언제까지 자식과 함께 살 수 없는 노릇이고,
스승인 언제까지 제자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니
실수를 하더라도 혼자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저는 특히 프란치스칸 형제애를 키우기 위해 수련 형제들에게
어떤 어려운 문제를 같이 풀어가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주님도?
 
제 생각에 주님의 의도는 이런 인간적인 의도가 아닙니다.
신적인 의도, 아니면 신적 갈망의 의도랄까요,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제자들도 주님 없이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부재가 제자들에게 너무도 혹독한 고통이 되기도 할 거고,
주님의 부재로 제자들이 그래서 주님을 더욱 갈망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부재가 제자들의 고통을 더욱 크게 하고
주님의 부재가 제자들의 갈망을 더욱 크게 하지만
그러나 주님의 더 큰 의도는
당신이 부재하시는 제자들의 고통과 갈망 거기에
당신이 임재하신다는 것을 깨닫고 믿게 하시는 것입니다.
부재不在의 임재臨在를 믿으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오십니다.
제자들 생각엔 좀 더 일찍 오셨으면 좋았겠지만 아무튼 새벽에 오셨고,
그것은 물론 갈망을 더 간절하게 하려는 주님의 의도였지요.
 
이렇게 오신 주님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주님이 유령인 줄 알고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밤새도록 생사를 오가며 파도와 싸운 제자들에게
물위를 걸어오시는 주님은 유령과 같았을 것이고
어스름 새벽이라 그 모습도 분간이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나서서 말합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주님께서 오셨으니 이제 자기가 가면 되는데
오라고 명령을 하라고 하는 베드로가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여기에도 뜻이 있습니다.
주님께로 다가가는 것,
그것도 죽음을 무릅쓰고 물 위를 걸어 다가가는 것은
베드로 자기의 원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원의와 허락이 있어야 되는 것이고
주님의 능력과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다가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께 가고자 하는 우리의 갈망과 열망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초대하시는 주님의 은총이 있어야만 되는 것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31Aug

    8/31 금요일

    8/31 금요일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마태 25,4) ♡ 묵상 전례적 축제나 행사를 준비해보면 뭔가 빠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외형적인 준비에 치중하고 외적인 결과를 놓고 평가하기가 일쑤죠. 뭐가 잘 ...
    Date2012.08.31 Category말씀나누기 By오바오로 Reply1 Views3859
    Read More
  2. No Image 31Aug

    연중 21주 금요일- 무엇을 해야 한다면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불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제에 이어 슬기로움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 슬기가 아닌 하늘나라의 슬기입니다. ...
    Date2012.08.3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4415
    Read More
  3. No Image 30Aug

    연중 21주 목요일- 열심한 것이 곧 충실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올 때에 그렇게 일하는 종!” 우리 수도생활 안에서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오늘 주님...
    Date2012.08.3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4695
    Read More
  4. No Image 29Aug

    세례자 요한의 순교 기념- 선구자

    오늘 본기도와 감사송은 요한을 “그리스도의 선구자”이라고 합니다. 선구자先驅者란 어떤 존재입니까? 다른 사람보다 앞서 가는 존재라는 것은 사전적인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의 선구자란 그리스도보다 앞서 가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Date2012.08.2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4936
    Read More
  5. No Image 28Aug

    연중 21주 화요일- 불행 선언 2탄

    “불행하여라. 너희는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불행하여라. 너희가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불행 선언 2탄. 오늘도 주님은 율법학자와 바리사이의 불행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러...
    Date2012.08.2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5001
    Read More
  6. No Image 27Aug

    연중 21주 월요일- 미래가 불행한 불행

    “초상난 데 노래하고, 남의 노적에 불 지르고, 불붙은 데 부채질, 야장(夜葬)할 때 왜장치기, 길 가운데 허방 놓고, 곱사등이 잦혀놓기, 맺은 호박 덩굴 끊고, 패는 곡식 모가지 뽑기, 상인을 잡고 춤추기와 여승 보면 겁탈하기, 애 밴 계집의 배...
    Date2012.08.27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4673
    Read More
  7. No Image 26Aug

    연중 제 21 주일-생기라는 명령에 순명한 생명

    우리는 그동안 3주에 걸쳐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에 대한 말씀을 요한복음 6장에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요한복음 6장의 마지막 부분의 말씀을 듣습니다. 여기서 주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영적인 음...
    Date2012.08.26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450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28 1129 1130 1131 1132 1133 1134 1135 1136 1137 ... 1428 Next ›
/ 1428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