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20.07.14 13:21

인류의 고통 앞에서

조회 수 52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인류의 고통 앞에서

 

인류 앞에 대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염병

가뭄과 대홍수, 지진, 태풍,

그리고 도처에서 발생하는 살인과 방화와 침략전쟁,

무고한 사람들의 투옥과 인신매매,

엄청난 악이 자행되는 세상에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비참한 현상 앞에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

정의롭고 자비하고 선하신 하느님께서 존재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왜 방관하고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재해를 일으키시는 하느님

여러 가지 인간사에 뛰어들어 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는 하느님

급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하느님

인간의 무지와 악으로 빚어지는 온갖 공백을 메워주시는 하느님

과연 그런 하느님이 계신가?

그리고 그런 분을 믿는가?

 

못하는 일이 없이 만병통치처럼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온갖 제물과 재능과 시간을 바쳐 거기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분이 지키라고 했던 많은 율법과 규정들을 잘 지키면

그 보답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고 믿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러한 질문들 앞에 딜레마에 빠져

어리둥절하고 실망스러운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만사를 당신 뜻대로 하는 전능하신 하느님과

자비롭고 선하신 하느님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고심한 끝에 하나의 통찰을 얻었다.

하느님께서 당신이 창조하신 피조물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지탱하도록 하시는가?

하느님께서 당신이 만드신 세계와 온전히 결속되어 고통받는 것들과 함께하신다면

그리고 그 고통을 당신도 몸소 겪으시면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면

이 세계의 고통을 새롭게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피조물들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로마 8,22)

 

고통의 신비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스스로 아픈 현실에 동참하고

인간의 고통에 우주적 목적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를 그토록 힘든 상황에 내던지는 것처럼 보이는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고통이 하느님의 고통이라면 우리는 어떠한 결함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하느님이 우리와 하나가 되는 줄을 안다면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통하여 나아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십자가를 진 사람들과 함께 걸으시는 하느님

인간의 고통을 멀리서 바라만 보시는 분이 아니라 어떻게든 우리를 위하여 우리와 함께

우리의 고통을 나누시는 분이시라는 확고한 믿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분께서는 나와 함께 나를 통하여 그 일을 하고자 하신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하느님의 파트너가 되었다.

나에겐 하느님이 전지전능하신 분이 아니라

나의 협력이 필요한 조금 모자란 하느님이 더 좋게 다가왔다.


고통받는 하느님과 고통받는 영혼의 만남,

고통받는 사람이 고통받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통받는 하느님만이 고통받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

이 깊은 구렁을 통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참된 자비는 즐거움보다 고통을 함께 나눔으로써 드러나는 신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인류의 대재앙 앞에

하느님은 인류의 고통과 함께하시는 분이시며

우리보다 먼저 십자가를 지고 가신 그 길을 따라

우리도 십자가를 지는 법을 배우도록 초대하신다.

그러므로 고통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돌보는 법을 배우는 교과서이다.

자신의 무능과 실패와 좌절, 그로부터 나오는 수치를 함께 나누어 가지는

십자가의 예수님 앞에 굴복하고 그와 하나 됨을 경험하면서

묶여있는 모든 것들에게서 풀려나는 해방을 배우기 때문이다.

 

험한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견딤과 의미, 사람에 대한 깊은 존중,

측은한 마음으로 더 큰 세상, 더 큰 관계로 나아간다.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의 눈물이 범벅된 여기에

너무나 슬프고 아픈 아름다움이 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8 얄리의 믿음 2 +그리스도의 평화 얄리가 나에게 가르쳐 준 두번째 깨달음. 어머니도 얄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거의 친 딸(암컷)처럼 생각한다.병이나면 병원에 데... file 김기환베드로M. 2013.03.04 8144
997 장미나무엔 가시가 있다 장미나무엔 가시가 있다 장미나무를 보면 반은 가시고 반은 꽃이다. 사람의 마음도 반은 꽃피고 반은 가시에 찔리는가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에는 찔리는 아픔... 이마르첼리노M 2013.03.06 7125
996 사순절에 피는 꽃   사순절에 피는 꽃 표현할 수 없는 심연의 충일 말로는 못하는 그리움의 충일 슬프도록 아름답고 슬프도록 감미로운 영혼의 충일 존재의 내부에 깊은 골짜기에... 이마르첼리노M 2013.03.08 7580
995 새소리와 새소리 +그리스도의 평화  어느날 대전 목동 수련소에서 거름을 만들기 위해 분쇄기에다 나무를 넣고 거름을 만들고 있었다. 분쇄할 때의 소리가... 2 김기환베드로M. 2013.03.10 7134
994 시대의 아픔 속에서 시대의 아픔 속에서 죽이는 문화 죽음의 문화 서로간의 칸막이를 더 굳혀 의지로는 허물 수 없는 단절의 벽 여기저기 들리는 건 참담한 소식들 전... 이마르첼리노M 2013.03.13 6574
993 삶 속에서 진리를 T. 그리스도의 평화 하느님께서는 한 처음에 세상을 창조 하셨고, 자연을 창조하셨다. 세상과 자연안에 하느님께서 깃... 김기환베드로M. 2013.03.13 6138
992 화분 그리스도론을 아시나요? +그리스도의 평화 이글은 황종렬 박사님께서&lt;공동선&gt; 2009년 5,6월호에 기재하신 글입니다. “화분 그리스도론”을 아시나요? 그... 김기환베드로M. 2013.03.16 7816
991 "거룩하신 아버지" 성 다미아노 라는 작은 성당에서 프란치스코는 이런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quot;가서 허물어져가는 나의 집을 고치라.&quot; 이 말씀을 듣고 프란치스코는 아버지 가... 1 김상욱요셉 2013.03.24 7627
990 우루과이의 한 작은 성당 벽에 적혀있는 글 - &quot;하늘에 계신&quot;하지 마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quot;우리&quot;라고 하지 마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quot;아버지&quot;라고 하지 마라. 아들딸로 살지 않으면서, ... 이마르첼리노M 2013.03.27 7082
989 거름만드는 기계 1 +그리스도의 평화 하느님께서는 진리이시고, 선이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한계와 능력과 그 모든것을 넘어서 계 신... 김기환베드로M. 2013.03.28 6500
988 사랑은 아픈 것 이마르첼리노M 2013.03.30 6853
987 거름만드는 기계 2 +그리스도의 평화          거름만드는 기계를 통해서 거름을 만들고자 하는 나의 뜻과 거름의 소재가 되는 나무들이 있고, 부서지는 나무와    부서지... 김기환베드로M. 2013.04.04 7896
986 페이스북 메시지로 온 사연 소개합니다.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평화와 선 입양된 분으로서, 가족을 찾는 분의 사연을 여기에 옮겨봅니다. 혹시 도움을 주실 분은 아래 연락처로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file 홈지기 2013.04.07 12032
985 우리집 동백은....? 아파트 복도 끝에   동백 나무  한구루가     앙상한 두가지에 몇잎의 잎사귀로  혹한의  겨울을  견디어 냈다   수소문 끝에  주인을  찾아가서  내가 기르... knitting 2013.04.10 6591
984 거름만드는 기계 3 +그리스도의 평화             협조라고 하는 것은 서로서로의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쪽은 원하지 않는데 한쪽만   원하고 ... 김기환베드로M. 2013.04.10 6673
Board Pagination ‹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