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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겸요한 2020.08.17 09:39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조회 수 26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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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는
사과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용서를 청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서
용서를 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용서를 청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선 그러한 경우를 보면,
선생이 학생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성직자 수도자들이 평신도들에게
용서를 잘 청하지 못합니다.
상황을 일반화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경우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사과를 한다고 해도
건성으로 하고 넘어갑니다.
소위 말하는 아랫사람들도
윗사람이 하는 사과에 익숙하지 않아서
서로 진정한 대화가 오고가기보다는
상황이 어물쩍 넘어가기도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 가운데 하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을 저질렀어도
상황을 어물쩍 넘어가기 위해서
남보다 위에 서 있으려고 합니다.
그것을 위해 재물을 소유하려 하고
권력을 가지려고 합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노력과
부와 명예 등을 추구하는 노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간인 이상 실수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어려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오는 어려움과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오는 어려움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나요?

인간의 모습이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면,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모습이
그렇지 않은 모습보다
더 인간적이고 더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으로
남들보다 위에 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는 진정
형제자매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드러날까봐 부끄러워서
그것을 감추지 않아도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아가는 것,
있는 그대로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
그 자유의 길,
그 편안함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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