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20.09.01 12:18

희생이라는 덫

조회 수 7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희생이라는 덫

 

신앙과 영적인 성숙은 희생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려는 선택과 결단에서 온다.

 

불완전하게 보이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포함시키는 능력이다.

관계 안에서 발견되는 타인의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들의 결핍을 말없이 메워주려는 사랑에 찬 의지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응답하는 방법으로 행하는 데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마태12,7)

희생은 본래 좋은 것이었지만 본래의 취지가 사라진 것은

하고 싶지 않지만 너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고

할 수 없이 하면서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외부의 조건 때문에 하는 것이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다.

희생을 사랑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보여주는 행위들은 관계를 망친다.

자신을 다른 사람 위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희생이라는 명제를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신을 높인다.

희생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불평과 불만이 많고 관계가 어렵다.

더 많은 희생이 더 많은 자격을 얻는 기회로 만들기 때문이며

명령하고 통제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생을 희생하면서 살아왔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반복해서 희생을 열거하며

보상을 받기를 기대하고 산다. 그러나 그러한 희생이 관계를 회복하게 한적은 거의 없다.

 

이상하게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섭리와 돌보심이

오직 인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느님의 관심을 자신에게만 국한 시켜 버림으로 하느님을 가두어 버린다.

자신이 치러야 했던 희생에 하느님을 가두어버리고

자신이 만든 선함과 거룩함으로 통제를 시작한다.

그러나 온갖 만물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관대하신 하느님

피조물 안에 숨겨두신 창조적 현존을 인식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모든 존엄성과 가치의 내적인 원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존엄성은 가치 있는 것들에게만 겨우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다.

존엄성은 만물의 본성과 존재 자체에 들어있는 가치의 기초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피조물,

온 우주와 지구와 세상 모든 이들 안에서 발견해야 할 가치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스스로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였다.

죄의 댓가를 치루기 위해 마지못해 죽으신 것이 아니다.

사랑은 스스로 자신을 내어주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자발성이 없는 사랑은 가짜다.

사랑은 어떤 조건이나 목적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조건 없이 주는 것이며

위로부터 받은 사랑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방법이다.

생명의 에너지를 가장 보잘것없는 이를 살리기 위해 내어놓는 일이다.

그들은 가장 가까이에 산다.

그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나를 송두리째 내어놓는 응답이며 결단이다.

희생을 사랑으로 만들어 통제했던 일을 용서를 청하고

그러한 이들을 용서하는 일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일생을 희생하면서 살아왔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시작되는 미래를 위해 다시 시작하는 사람은 복된 이들이다.

회개는 그렇게 시작되는 믿는이들의 삶이다.

하느님을 받아들인 이들이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들어가는 하느님 나라다.

지금 여기서 누리는 하느님 나라는 그렇게 열리기 때문이다.

 

 

희생이라는 덫

거기엔 사랑이 없다.

 

202091

피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에

이기남 마르첼리노마리아 형제 O.F.M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42 틀을 바꿔라. 틀을 바꿔라.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마태오 4,17)   회개하라는 말을 고행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보상과 처벌이라는 틀에 묶여 외... 이마르첼리노M. 2020.12.12 532
1141 대림절 대림절   주님의 처음 오심을 경축하고 전례 안에서 오시는 성탄과 마지막 오심을 준비하기 위하여 회개하고 깨어 있으라는 복음의 메시지를 자주 듣는 ... 이마르첼리노M 2020.12.06 507
1140 소리가 나지 않는 사랑 소리가 나지 않는 사랑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고요 속에서 진리를 품은 가슴으로 전혀 다른 너를 향해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소... 2 이마르첼리노M 2020.12.04 509
1139 일용할 양식 일용할 양식     오천 명을 먹인 건 빵만이 아니다. 사랑을 먹어야 배부르다.   떠나는 이에게 찾아온 이에게 만나는 이에게 따뜻하고 부드럽... 이마르첼리노M 2020.12.03 403
1138 연약하고 무력한 두 손으로 연약하고 무력한 두 손으로   나의 우물은 깊다. 그러나 밖에서 물을 찾는 건 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나에게 하신 일은 내면의 양... 이마르첼리노M 2020.12.02 441
1137 부재의 신비 부재의 신비   내가 그분을 붙잡았다고 느끼면 그분은 더 멀어지고   내면의 소란을 잠재우려고 하면 소리로 가득 찬 나를 본다.   내가 앞으로... 이마르첼리노M 2020.11.25 454
1136 삼위일체 신앙에서 배우는 관계적 사랑 삼위일체 신앙에서 배우는 관계적 사랑   삼위일체 신앙은 인격들의 관계에서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는 사랑이다.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 이마르첼리노M 2020.11.23 401
1135 바람이 되어 바람이 되어.   탱자나무 가지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   불고 싶은 데로 불고 가고 싶은 데로 가며 어디든지 어루만진다.   어... 이마르첼리노M 2020.11.21 421
1134 놀라움 놀라움   기쁨 경이와 경탄의 샘 창조 때 받은 선물   기쁨 묶이지 않는 자유 너를 위해 쪼개는 나   기쁨 복음의 완성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마르첼리노M 2020.11.20 414
1133 아름다운 모순과 역설의 하느님 아름다운 모순과 역설의 하느님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를 매일 접하고 있다. 인류 앞에 놓인 대재앙의 현실 앞에서... 이마르첼리노M 2020.11.18 421
1132 영웅 만들기와 희생양 만들기 영웅 만들기와 희생양 만들기 영웅들은 고통과 괴로움,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트로피를 받는 성공 신화에서 나온 것이다. 오늘날의 영웅은 진실... 이마르첼리노M 2020.11.17 416
1131 신비의 정점 신비의 정점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 하느님의 가난 하느님의 겸손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그리스도의 신비 내어주는 몸 쏟는 피   부활... 이마르첼리노M 2020.11.14 416
1130 구름 덮인 하늘 아래 있는 꽃들은 안다. 구름 덮인 하늘 아래 있는 꽃들은 안다.   구름 덮인 하늘 아래 있는 꽃들은 안다. 스스로 꼭대기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더디 배우지만 ... 이마르첼리노M 2020.11.11 404
1129 국화와 놀다 국화와 놀다   늦가을 찬 서리에 피는 꽃 추위를 견디며 내는 향기에 끌려 나도 모르게 너에게 갔다.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를 통하여 나를 불러... 이마르첼리노M 2020.11.09 402
1128 무엇을 보고 있느냐? 무엇을 보고 있느냐?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관심사에 따라 보는 것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관심사가 클... 1 이마르첼리노M 2020.11.06 431
Board Pagination ‹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03 Next ›
/ 10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