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어제 시청역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는데
한 경찰이 점심 먹고 오는 젊은 중년에게 인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인사를 받지도 않고 그저 얘기하며 지나치는 것입니다.
나이를 더 먹은 자기가 인사를 하는데도
자기보다 젊은 사람이 인사를 안 받으니까
그 경찰은 겸연쩍은 웃음을 웃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젊은 중년이 아주 높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는 인사를 하고 누구는 인사를 해도 받지 않고.
누구는 높은 사람이 되고 누구는 내내 평범한 사람이 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이 세상에 불공평한 것이 한 둘인가요?
같은 인간인데
누구는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되고
누구는 보통 사람의 아버지가 됩니다.

저는 일찍부터 중요한 책임을 많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관구 봉사자가 되었지요.
같은 나이의 다른 형제들이 아직도 공부하고 있을 때
저는 관구 봉사자가 되어 그 무거운 책임을 맡았습니다.
하루는 너무 큰 문제가 생겨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는데
별거 아닌 것으로 힘든 형제가 자기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저에게 지청구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저보다 나이도 더 먹은 분이었습니다.
너무 한심스럽기도 하고 너무 고독하기도 하여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탄조로 혼자 토로했습니다.
같은 형제인데 누구는 힘들면 힘들다고 엄살 부려도 되고
누구는 이런 책임을 맡아 힘들어도
다른 형제의 짐까지 짊어져야 하는가?!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되는 것, 이것 어떤 것인가요?
자랑스럽고 신나는 일인가요, 무거운 책임을 떠맡는 것인가요?

요셉도 말 못할 어려움과 외로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아비가 되었는지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는 답답함.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키워내야 하는 책임의 무거움.

복음을 보면 요셉을 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될 사람으로
요셉을 의롭게 태어나게 하셨겠지만
그리스도의 아버지 됨이 요셉을 의롭게 만들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 무거운 책임을 맡으라고 했을 때 싫다고 하지 않은 것,
저는 이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모 마리아의 그 “Fiat"과 다른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 자식을 임신한 것도 아닌 마리아의 임신을
마다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고 받아들인 것도 대단하지만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
아들을 하느님의 아들로 키워내야 한다는 것,
이것을 받아들인 것이 더 대단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마리아의 임신을 받아들인 것은
한 번 과거를 받아들이고 나면 그만인데
예수를 그리스도로 키워내는 것은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책임은 요셉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도 나에게 맡겨진 자녀를 하느님의 아들로 키워야 하고,
나에게 맡겨진 형제를 그리스도로 대하고 가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책임을 의무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책임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완수한다면
의로움에 사랑으로 더 완전하고 더 아름답겠지요?
요셉도 아마 그러했을 것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푸른하늘 2010.03.20 10:23:15
    그러셨군요... 신부님은 그저 신나서(?) 관구장님을 하신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놓고서는, 이제서야 신부님의 마음을 조금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말씀은 저에게 큰 위로를 주시는 말씀이였습니다.감사합니다
  • ?
    홈페이지 당쇠 2010.03.20 10:23:15
    요셉 형제님, 개인적으로 어떤 분이신지 모르지만 이렇게 말씀 나누기로 친숙한데, 미처 어제 축하를 드리지 못했지만 오늘이라도 축하를 드립니다. 성인을 닮은 훌륭한 신앙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10.03.20 10:23:15
    그래요.
    스스로는 부족하지만 상대가 믿어주는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발돋움 하게 되고,
    때로는 나눌 수 없는 고독이 있지만 그 고독을 견디며
    성숙하게 되는 거 아닌가, 제 작은 경험으로 조금 알아듣게 되네요.

    성인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차원에서도 존경이 가고
    그런 요셉 성인의 본명을 지니게 된 것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지요.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산들바람 2010.03.20 10:23:15
    네! 의무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것. 그래서 요셉은 행복했을 거예요.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0Apr

    부활 8부 토요일-믿는다는 것은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것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을 하느님 믿음 안에서 같은 것으로 보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이 두 믿음이 분명 다른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존재하시고, 하느님께서 사랑이시고, 하느님께서 선하시고, 하느님께서 ...
    Date2010.04.10 By당쇠 Reply3 Views1026
    Read More
  2. No Image 09Apr

    부활 8부 금요일-어머니다운 밥상

    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중에서도 아주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입니다. 사실 알고 보면 저도 따듯한 사람인데 사랑 못지않게, 아니 사랑보다도 훨씬 더 많이 교만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Date2010.04.09 By당쇠 Reply4 Views1164
    Read More
  3. No Image 08Apr

    부활 8부 목요일-열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제자들과 관련한 변화가 “열림”입니다. 어제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고 얘기하고 있고, 오늘 복음에서는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
    Date2010.04.08 By당쇠 Reply3 Views1006
    Read More
  4. No Image 07Apr

    부활 8부 수요일-동행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의 얘기를 묵상하다보니 언젠가 들은 얘기가 생각납니다. 서로 지극히 사랑하는 한 부부가 있었는데 언제부터 아내가 차츰 시력이 떨어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내는 실의에 빠져 ...
    Date2010.04.07 By당쇠 Reply3 Views1101
    Read More
  5. No Image 06Apr

    부활 8부 화요일-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하고 전하여라.” 주님께서 마리아에게 하신 요한복음 20장의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마리아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주...
    Date2010.04.06 By당쇠 Reply12 Views1219
    Read More
  6. No Image 05Apr

    부활 8부 월요일-죽이는 힘과 살리는 힘

    “여러분에게 넘겨지신 그분을 여러분은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 다시 살리셨습니다.” 주님의 부활체험을 한 베드로의 이 말은 언제나 저에게 힘을 줍니다. 인간은 죽게 해도 하느님은 살리신다는 말씀....
    Date2010.04.05 By당쇠 Reply3 Views1079
    Read More
  7. No Image 04Apr

    주님 부활 대축일

    “빈 무덤은 텅 빈 충만, 비워야 채울 수 있음! 십자가는 생명, 죽어야 열매 맺을 수 있음!” 한 형제로부터 성 금요일에 받은 문자입니다. 빈 무덤. 텅 빈 충만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성삼일의 저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무덤, 이것이 ...
    Date2010.04.04 By당쇠 Reply6 Views114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63 1164 1165 1166 1167 1168 1169 1170 1171 1172 ... 1351 Next ›
/ 13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