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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 순교 성인들의 대축일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순교자라는 말에 뜬금없이 시비를 걸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순교자라는 말을 과연 써야 되는가?'에 관한 시비입니다.

 

이런 시비랄까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하여

생명과도 같은 예배를 포기하느니 순교하겠다고 운운한 사람들 때문에

순교라는 말이 모독을 당하거나 더럽혀졌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말한 순교는 집단 이기주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이때 교회는 이기주의적인 집단에 불과하지요.

 

그렇습니다.

순국이라는 말이 나라를 위해 자기를 바치는 것이듯 순교라는 말은 교회를

위해 자기를 바치는 것인데 전교가 종종 하느님과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기보다 교세 확장의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순교도 그럴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이런 의미라면 순교보다는

순애보라는 말이 있듯이 순애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위해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를 바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때의 사랑은 말할 것도 없이 보편적인 사랑이고,

첫째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요 둘째는 이웃에 대한 사랑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우리의 선조들은 어땠을까요?

너무 바보스러운 질문이겠지만

천주교를 위해 순교한 것일까요? 하느님을 위해 순애한 것일까요?

 

우리의 선조들이 박해를 받게 된 것은 제 생각에 두 가지 때문입니다.

하나는 조상 제사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반상의 차별 문제입니다.

 

당시 우리 선조들이 신앙 때문에 조상에 대한 제사를 거부한 것은

겉으로는 조상에 대한 제사 거부지만 속 내용을 보면 아무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라는 주님 가르침의 실천 때문이지요.

 

우리의 근원 문제 곧 육신의 아비가 우리의 근원이 아니고

하느님이 우리의 근원이라는 것이고,

최고 통치자의 문제 곧 왕이 우리의 최고 통치자가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의 최고 통치자라는 믿음 때문에 목숨을 바친 것인데

이것을 당시 조정은 기존 질서를 부수는 것으로 보고 박해를 한 겁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이에게는 이것이 피할수 없는 것이기에

프란치스코도 육신의 아버지가 복음 말씀대로 사는 것을 못하게 하자

이제부터 하느님만 아버지라고 부르겠다고 하며 아버지와 절교했잖습니까?

 

다음으로 우리 선조들이 박해받게 된 문제는 반상의 차별 문제입니다.

아버지는 하느님 한 분뿐이고 우리는 모두 형제라는 복음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 당시 반상과 서얼의 차이가 분명했던 신분질서를

깨는 것으로 보고 박해를 한 것입니다.

 

백정이었던 황일광 선조의 얘기가 이를 잘 말해줍니다.

아시다시피 조선 시대 백정은 제일 천한 신분이었지요.

그런데도 당시 신앙 공동체가 그를 형제로 대해 주자

자기에게는 두 개의 천국이 있다고 곧 살아서 믿는 천주교가 첫 번째

천당이고, 죽어서 가는 천당이 두 번째 천당이라고 말했으며,

그는 배교를 강요하는 관헌들에게 내가 비록 천당에 가지 못할지라도

반상의 차별이 없는 천국을 이미 여기서 살게 한 천주교를

배반할 수 없다고 하였다지요.

 

우리 천주교를 가톨릭이라고 하고,

사도신경을 욀 때마다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믿는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가톨릭의 뜻이 보편적이라는 뜻이잖습니까?

 

그런데 우리 가톨릭이 보편적이려면 교리가 언어와 민족과 종교를 불문하고,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남녀와 노소를 불문하고, 신분의 차이를 불문하고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사랑이 보편적이고,

가르칠뿐 아니라 실천하는 사랑이 보편적이어야 함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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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20 05:08:00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9.20 05:07:00
    18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순교자 축일에 하는 저의 반성과 봉헌)
    http://www.ofmkorea.org/149733

    17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갈망은 나의 몫, 열매는 하느님의 은총)
    http://www.ofmkorea.org/111365

    16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사랑 때문에 죽고, 사랑하다가 죽으면 될꺼야!)
    http://www.ofmkorea.org/93565

    15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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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기억에서 실천으로)
    http://www.ofmkorea.org/65387

    13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죽는 지혜, 잃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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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머리에서 발끝까지)
    http://www.ofmkorea.org/39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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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철 성인에게서 배우다)
    http://www.ofmkorea.org/5288

    10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기도하는 순교)
    http://www.ofmkorea.org/4385

    08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날마다"하는 순교)
    http://www.ofmkorea.org/1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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