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황혼에 물든 저녁 바닷가
눈동자엔 황금빛 파도가 물결치고
지는 해를 담아다 편지를 쓴다.
땅에 피는 하늘의 꽃
너와 나의 가슴에 피는 들국화
꽃들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기쁨을 전하고 싶어
꽃향기를 모아 봉투에 담는다.
억새들이 빗질하고 들판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저녁나절
국화꽃 봉오리 부풀게 하고
낱알들을 배 불리고
가을 청과에 단맛을 흔들어 깨우던 태양도 자러가고
불타던 여운만 남아 온 땅을 감싸안으면
벅찬 가슴은 왠지 모를 슬픔에 잠긴다.
과일즙처럼 달콤한 사랑으로
우리를 돌보시는 아버지의 품안에서
꽃을 향해 길을 내던 너를 향해
추석 달처럼 커가는 사랑을 담아
낙원을 품에 안고 달려가
머리카락 사이로 부는 바람에
편지를 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