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께서 복음 선포를 위해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얘기는
공관 복음에 모두 나오는 얘기인데 마르코와 마태오 복음에는
없는 얘기가 오늘 루카 복음에는 나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
그러니까 파견하시면서 힘과 권한을 줘서 보내신다는 얘기인데
이어지는 말씀에서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가라고 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가지고 가야 할 것과
가지고 가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일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내가 맡긴 일을 어떻게든 네 힘으로 완수하라고 하시는
야박한 분이 아니시고 권한도 주시고 힘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떤 책임이나 일이 맡겨질 때
그것을 내 힘과 내 능력으로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주님의 일이 아니라 내 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처음 양성 책임을 맡게 될 때가 생각납니다.
불과 서른한 살에 공동체와 양성 책임을 모두 맡으라는 거였습니다.
공동체 원장이 되는 것만도 힘드는데 양성 책임까지 맡으라는 거였고,
제가 양성해야 할 형제들 중에는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형제들도 있는데
그 책임을 맡으라고 하니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런 명령이 떨어지면 아뭇소리 않고 순종하지만
그때는 너무 걱정이 되어 한 달을 대답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저의 선배 중 한 분이 제게 이 소임을 누가 주는 것이냐고 물으시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소임이라면 힘도 주실 거라고 충고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이 선출하든 관구장이 임명하든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것이 사람이 내게 주고 내가 그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 일을 주신 거라고 믿는다면 그 일을 할
권한과 힘도 함께 주실 거라고 믿고 수락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 그 일을 할 때도 내 힘은 빼고 하느님 힘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복음선포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음선포를 돈으로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돈이 필요할 경우라도 그 돈을 내가 마련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마련하시게 맡겨드려야 합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믿음의 가난입니다.
우리는 야훼 이레라는 말을 잘 압니다.
주님의 산에서는 주님께서 마련해주신다는 말로서
이사악이 제물이 없음을 걱정할 때 아버지 아브라함이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해주신다고 한 데서 비롯된 말이지요.
그런데 이 말을 알기는 잘 아는데 막상 이 믿음이 필요할 때가 닥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믿습니까? 믿고 내가 마련하려는 짓을 멈춥니까?
내가 마련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해주시는 것을 막지 않습니까?
믿음의 가난이란 꼭 돈이 없는 것만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일을 할 때에는 내 돈, 내 힘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돈이건 힘이건 그 필요한 것을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심을 믿고
내가 마련하지 않는 그 모든 것을 일컫는 것임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그곳'과 '그것'을 주님께서)
http://www.ofmkorea.org/151314
15년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의 힘으로만)
http://www.ofmkorea.org/82810
14년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퇴로 차단)
http://www.ofmkorea.org/65469
13년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영적으론 풍요하게, 현실적으론 가난하게)
http://www.ofmkorea.org/56367
12년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기도치 않게 하는 돈)
http://www.ofmkorea.org/40329
09년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산뜻한 출발)
http://www.ofmkorea.org/3130
08년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지팡이마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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