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탱자나무 가지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
불고 싶은 데로 불고
가고 싶은 데로 가며
어디든지 어루만진다.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럽고 강하다.
나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꽃들의 향기를 이웃에게 전하며,
바닷물을 퍼 올려 바위와 모래의 얼굴을 씻고
살아있는 생명을 숨쉬게 한다.
손수건 한 장으로 땀을 닦아주고
해질녘 산책 나온 이들에게 기쁨을 준다.
아 !
소유 없는 기쁨이여,
작음과 단순함의 자유여,
텅 빈 충만함이여,
바람따라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새털처럼 가볍고
고요하고 평온한 미소를 머금고
바람이 되어 너에게 간다.
2004, 8.5. 오전 1,23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