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요한 3,8)
내 삶도 그와 같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자유롭다.
그럼에도 내가 기쁘다는 사실에 놀란다.
내가 아는 건 아버지께서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 주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기쁨은 신비다.
그냥 기쁘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기쁘다.
기쁨을 설명할 수는 없다.
내가 아는 건 부분적인 앎이다.
부분적 앎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모른다.
다만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 뿐이다.
모르는 나에게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내 작은 가슴에 담기가 벅차다.
그래서 기쁘다.
내가 안다고 여기던 것들은 사라지고
모른다는 사실만 남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쁘다.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신비로 남는다.
나의 계획에 하느님을 맞출 수는 없다.
하느님의 계획에 맞추고 싶지만 나는 하느님의 계획을 알지 못한다.
다만 관계 안에서 필요성으로 말씀하신다고 느낄 뿐이다.
새날 새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답하기 위하여 관계적 필요성을 찾는다.
내가 할 수 있고 누군가가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가장 먼저 그 일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빛나게 하는 일과
아버지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발견하는 일과
아버지의 뜻이 거기에 있다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