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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기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공현하신 주님께서

오늘은 어른이 되시어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공현하십니다.

어제는 아기이기에 스스로 찾아온 이들에게 공현하신 주님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스스로 찾지 않는 이들까지 찾아가 공현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공현하신다는 것의 뜻이 무엇입니까?

무엇을 공현하신다는 것입니까?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다는 것입니까?

연세 서른이 되기까지 은거하시다가

이제 연세 충만하니 공적으로 드러낸다는 뜻입니까?

 

우리 전례에는 이런 뜻이 분명 있습니다.

오늘의 전례는 어른이 되어 본격 등장하신 주님이 이사야가

이방인의 빛으로 오실 분으로 예언한 바로 그분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례가 예수님의 등장을 주님의 공현으로 얘기하는 것이지

주님께서 당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으셨을 거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실제로 당신의 등장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려고 하셨지요.

 

그래서 오늘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함으로써

이사야 예언대로 어둠 속 이방인들에게 빛이 떠올랐다고 한 다음

바로 이어서 예수님의 첫 번째 선포 내용을 전하는데

그것이 바로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우리는 알지요.

오늘 복음 바로 앞에서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돌을 빵으로 만들라는 악마의 유혹을 받으시는데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드러내고자 하셨다면 그 기적을 행하셨겠지요?

 

그러니까 오늘 복음의 얘기는 주님께서 신성을 드러내라는

유혹을 물리치고 난 뒤에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내용입니다.

당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사람들이 알게 하겠다는,

다시 말해서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시겠다는 선언인 겁니다.

 

제가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요즘 새롭게 시도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 새로운 방식은 주님의 기도를 아무 생각 없이 건성으로 바치지 않기

위한 면도 있지만, 저를 드러내고 제 마음대로 하려는 저를 경계하며

동시에 진정 하느님 이름이 거룩히 빛내고,

하느님 뜻을 이루는 제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도입한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나라가 거룩히 빛나시며'를 바칠 때

'빛나소서!', '빛나소서!'를 몇 번 반복해서 외치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 이루어지소서'를 바칠 때

'제 안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제 안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반복합니다.

 

특히 아버지의 나라가 거룩히 빛나시기를 빌 때

저는 제 사랑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것을 경계하며 이렇게 바치곤 합니다.

 

제게 사랑이 있다면 제 사랑으로 하느님 사랑을 공현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제 사랑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제 사랑에 고마워하기를 바라기 때문이고,

그와 내가 같이 하느님 사랑의 햇빛을 쬐기보다는

나의 사랑에 그를 머물게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하겠지요.

우리가 서로 사랑함으로써 하느님 사랑 안에 우리가 같이 머무는 것,

우리가 서로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이 우리 안에 머무시게 해야겠지요.

 

그래서 오늘 서간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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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1.01.04 05:03:29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1.01.04 05:02:42
    20년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당신 마음에 드는 것을)
    http://www.ofmkorea.org/304188

    19년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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