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회개 (속죄양을 만들기를 멈추는 것)

 

떠넘기려는 마음이 만든 속죄양

인간의 역사는 속죄양을 만드는 역사였다.

자신의 죄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해서

부당하게 만들려고 하는 욕구는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폭력이다.

이러한 폭력은 폭력을 낳고 그 폭력의 역사가 인간의 역사가 되었다.

눈은 눈으로, 앙갚음의 반복, 그것도 갑절로 갚으려고 싸우는 역사였다.

거기에 더하여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이 땅에 평화를 전쟁의 역사로 만들었다.

 

악을 악으로, 힘을 힘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갚으려는 정의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인류에게 재앙이 된 것은 하느님이 하신 일이 아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신 예수께서는 이러한 폭력 앞에

연약하고 무력하게 십자가에서 당신의 생명을 내놓으셨다.

힘이 없어 마지못해 내놓은 생명이 아니다.

폭력을 종식 시키는 현장에는 희생양이 되어 자신을 내어놓는 생명이 있다.

폭력을 비폭력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난을 전가할 필요성은 우리에게 정직하지 못하도록 한다.

우리의 관계들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진실이 왜곡되거나

거짓말과 합리화, 탓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는지 놀랍도록 경험한다.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자기중심적 망상이야말로

흔히 타인들을 십자가에 못 박는다.

속죄양을 만드는 사람은 타인을 십자가에 못 박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자신만 모른다.

자신의 명분을 내세우거나 자신은 언제나 진실하고,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루가23,34)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 이런 면에서는 천부적이고 천재적이다.

이런 면에서 모두가 죄인이라고 말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예수께서는 너희를 죽이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고도 오히려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회개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속죄양을 만드는 일을 멈추는 일이다.

정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깨끗한 양심으로 진실을 말해야 한다.

기도와 자선과 단식을 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피 흘리는 관계를 지속하면서 자신만 의롭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는 이들이 신앙이라고 하는 틀 속에 은폐하는 것이

속죄양을 만들면서도 아닌 척하는 것이다.

그것이 죄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예수께서는 우리의 거짓을 드러냄으로써 모두가 볼 수 있게 하셨다.

그분은 십자가에 달리셔서 그 모든 비극 속에 들어있는 거짓을 볼 수 있게 하셨다.

이것이 예수께서 십자가에 드러내신 감춰진 인간의 죄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에서 인간의 이 죄를 패배시켰다.

우리는 속죄양을 만들며 사람을 죽이는 일에 동참하면서도

세상을 파괴하는 이러한 죄들은 덮어두고 개인의 육체적 죄에 매달린다.

 

그분이 오시면 죄와 정의의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꾸짖어 바로잡아 주실 것이다.” (요한 16,8)

우리가 하는 기도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 하라고 바로잡아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우리 자신에 관한 우리의 생각,

선과 악이 정말로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오셨다.

우리의 회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사람을 죽이는 피 흘리는 관계 속에서 희생양을 찾는 나의 죄를 바라보게 하시고

당신의 수난이 결국 나의 죄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인식에 도달하도록

내 마음을 비춰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 1,15)


회개하는 것이 복음이다.

복음이 발생하는 곳에 하느님 나라가 있다.

그 나라에 머무는 사람은

생명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고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선하심이 드러나도록 하는 데 사용한다.

 

거기에서는

누군가를 탓할 필요도 없고

원망할 필요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높일 필요도 없으며

증명할 필요도 없고

경쟁할 필요도 없고

포장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여기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2021, 2,21

사순절 제1주일에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1 내어주는 몸과 쏟아 내는 피의 현존 내어주는 몸과 쏟아 내는 피의 현존   “너희는 받아먹어라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받아마셔라 너희를 위하여 내어... 이마르첼리노M 2021.01.31 529
390 기쁨 (축성생활의 날에) 기쁨 1   새벽에 잠깨면 벌써 술렁이는 마음 연한 슬픔이 연초록 끝에 이슬처럼 달려있다.   어디서 온 것일까 누구에게 온 것일까   ... 이마르첼리노M 2021.02.02 505
389 용머리 길을 걸으며 용머리 길을 걸으며   담양호 수변에 걷기 좋은 산책길 나의 두 눈이 호수를 산책하는 동안 보는 것에 잔뜩 배부른 나는 아픈 허리의 통증을 느끼면서도 ... 이마르첼리노M 2021.02.07 471
388 신앙으로 둔갑하는 이념의 뿌리 신앙으로 둔갑하는 이념의 뿌리   인과응보가 만들어내는 이념들은 신앙의 영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념은 한쪽만을 강조하고 다른 쪽은 무시해버... 이마르첼리노M 2021.02.09 535
387 응시 응시   체험하고도 표현하지 못하는 사실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 표현된 언어도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표현하지 못한 채 숨겨진 진실이 더 많기 ... 이마르첼리노M 2021.02.10 441
386 섣달그믐에 뜬 보름달 섣달그믐에 뜬 보름달 (용서를 청한 엄마의 편지에 대한 자녀들의 답장)   섣달그믐 날 멀리서 직장 생활을 하는 둘째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명절이라고... 이마르첼리노M 2021.02.12 446
385 누가 나를 이해해 줄 것인가? 누가 나를 이해해 줄 것인가?   진실이 사라진 들녘에는 거둘 것이 없다. 알곡은 사라지고 쭉정이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에게... 이마르첼리노M 2021.02.14 487
384 사순절에 꼭 해봐야 하는 질문 ( 1/2페이지) 사순절에 꼭 해봐야 하는 질문 ( 1/2페이지)   예수께서는 왜? 십자가에서 처형되셨으며 그 죽음의 의미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질문 앞에 있는 사람은 ... 이마르첼리노M 2021.02.19 490
383 사순절에 꼭 해봐야 하는 질문 ( 2/2페이지) (2/2페이지) 나는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희생을 요구하신다는 생각 자체를 바꿨다. “동물을 잡아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이다. ... 이마르첼리노M 2021.02.19 438
» 회개 (속죄양을 만들기를 멈추는 것) 회개 (속죄양을 만들기를 멈추는 것)   떠넘기려는 마음이 만든 속죄양 인간의 역사는 속죄양을 만드는 역사였다. 자신의 죄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해서 ... 이마르첼리노M 2021.02.21 485
381 십자의 예수를 바라보면서 십자의 예수를 바라보면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무의식 속에서 저지르는 폭력과 망상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폭력과 증오에 물어뜯긴 당신을 바... 이마르첼리노M 2021.02.27 516
380 백신접종 백신접종   십자가는 자비의 백신 노출, 수치, 취약성, 실패, 상처, 양심에 불안을 주고 타인들을 희생자로 삼는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   내어주... 이마르첼리노M 2021.03.02 559
379 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나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은 십자가에 달리는 한이 있어도 남을 십자가에 매달기를 거부하셨습니다. 나는 당신... 이마르첼리노M 2021.03.04 695
378 듣기로 시작되는 하느님 나라 듣기로 시작되는 하느님 나라   “이것을 듣고 명심하여 실천하여라. (신명 6,3-4) 이스라엘은 들어라”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마태 13,23)   “말씀... 이마르첼리노M 2021.03.07 529
377 꽃들은 울지 않는다. 꽃들은 울지 않는다.   봄의 전령사 복수초와 산수유 찬 서리 맞으며 피어난 매화가 뽀얀 얼굴에 엷은 연두로 색조 화장하고 나와 벌들을 유혹한다. 목련... 이마르첼리노M 2021.03.13 561
Board Pagination ‹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04 Next ›
/ 10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