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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0 06:31

만찬의 신비 앞에서

조회 수 572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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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의 신비 앞에서

 

예수께서는 만찬에 앞서 새로운 계명을 주셨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사랑하라는 계명이다.

그분께서는 그 계명을 관계의 혁명을 이루는 기초가 되도록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을 인류와 우주와 연결하는 식사로 만들었다.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묶어주는 기쁨을

친밀한 관계를 나누는 식사를 통해 기념과 기억의 잔치로 바꾸셨다.

 

기쁨 중에는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고요한 기쁨이 있다.

이 기쁨은 설명할 수 없지만 명랑하고 쾌활하며 평화롭다.

이러한 내면의 기쁨이 더욱 커지면 밀가루 반죽이 부풀어 오르듯

마음에 가득 차고 넘쳐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식사는 친밀한 사람끼리 기쁨을 나누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함께 음식을 먹는 기쁨 안에서 관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만찬 중에 반복해서 말씀하신다.

자신의 몸을 너희들을 위하여 내어주는것이며

자신의 피를 너희들을 위하여 흘린것이라고 하셨다.

 

한 사람의 기쁨은 다른 사람 안에 잠자던 기쁨을 깨워

서로가 충만하도록 돕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기쁨을 함께 공유해 본 사람이라면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당신을 기쁘게 하고, 함께하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 찬다.

내어주는 몸과 쏟는 피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벗을 위하여 생명을 내어주는 사랑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다.”라고 하신 말씀이

만찬을 앞두고 하신 말씀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몸은 하느님께서 예수라는 인간을 통해 육화하신 몸이며

그 몸을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성찬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이다.

우리에게 제공한 신적 현존을 깨닫도록

하느님의 신비를 우리의 양식으로 주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씹어 먹는다. 하느님의 신비를 먹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것을 바라보라고 하지 않으시고,

이것을 예배하라고도 하시지 않으셨으며

이것을 먹어라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앎은 몸의 차원에서 알아듣기 쉽다.

하늘의 차원을 땅에서 경험하는 신비다.

신비적 차원에서 경험하는 하느님의 신비를

성찬을 나눔으로 이뤄지는 신비다.

이 신비는 참여적이다. 참여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신비를 먹고 마심으로 자신을 방어하지 않은 채

에게 내어주는 몸으로 줄 수 있다.

 

나는 정말로 내가 먹는 것이 되었습니다.

나 역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너무나 많은 미사를 참여적인 성격이 아닌 예배의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아멘뿐이었다.

사랑은 사랑에 의해 사랑이 된다.

참여가 없는 사랑은 이론적이다.

이론적인 사랑은 관계적 사랑에는 관심이 없고 예배에만 관심이 있다.

 

볼 수 없는 신비를 볼 수 있게 만드는 상징이 성사다.

우리의 벌거벗은 존재 속에서

하느님의 존엄하신 몸과 피가 우리를 통해 흐르는 육화의 통로가

되지 않는다면 성사의 의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간절한 갈망과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갈망이 만나

하느님의 선하심과 자비가 를 통하여 에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참여하는 성찬이다.

 

빵과 포도주 안에 하느님의 실재를 발견한다면

그 빵을 먹는 나와 너와의 관계 안에서도 하느님의 현존과 실재가

항상 현재의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다.

 

성찬은 그리스도인의 여정을 위한 계속적인 기준으로 남아있다.

인간적 경험으로 만나는 하느님의 몸이며

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하느님의 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로부터 피조물에게 전달되는 하느님의 실재가

우리의 믿음에 양식이 되고 음료가 되는 신비가 거기에 있다.

 

성찬은 그리스도의 육화가

최종적인 목표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이다.

그로 인하여 내가 먹은 것은 네가 먹을 음식이 된다.

육화의 신비는 계속되는 만찬의 신비 속에서 너와 사 사이에 살아있다.

생명을 주는 음식으로

 

2021, 3,30. 성주간 화요일. 월피정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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