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어제 방송을 듣게 되었는데 어떤 분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해 얘기하면서
'저승에 계시다면 그곳에서라도 자기를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는 거였고, 이 말을 들으면서 죽으면 저승에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천국에 익숙한 제게는 생경스러워 잠시 생각게 되었습니다.
둘 다 사후 세계이고,
우리 인간이 죽고 나면 가는 곳이지만
왠지 저승은 음습하고 가기 싫은 곳인 데 비해
천국 또는 천당은 꽃이 만발하고 즐거움이 넘치는 그래서 가고픈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 진지하게 자문해봅시다.
천당, 정말 가고 싶은 곳입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 가고 싶은 곳입니까?
뒤집어서 지금 이 세상을 떠나도 되고 지금 당장 떠나고 싶습니까?
천국을 가기 위해 지금 당장 이 세상을 떠나고 싶냐는 말씀입니다.
제 생각에 '지금 당장'을 기준으로 하면
내가 있고 싶은 곳은 이 세상이고
천국이나 저승은 죽고 난 뒤 나중에나 갈 곳이고,
지옥 가는 것보다는 천당이 낫기에 가고 싶은 것이 아닌가요?
혹 이 세상 사는 것이 너무도 힘들고 고달픈 분들에게는
천국이나 저승이 지금 당장 가고 싶은 곳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지금 당장은 이 세상에 천국은 나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제일 있고 싶은 곳이 이 세상인 이유나
천국이나 저승이 그다음인 이유가 사실은 장소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이 세상에 있기 때문이지요.
올해 포르치운쿨라 행진은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진이기에 지난주 답사차 <걷기 월 피정>을 임원들과 했는데
은이 공소를 가기 위해 제 고향 수원을 거쳐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얘기했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떠나고,
동네도 다 바뀐 고향은 이미 제게 고향이 아니고 그래서 고향에 갔다가
실망한 저는 이후 고향에는 더 이상 가고 싶지 않고, 같은 이유로 이제
제가 가고 싶은 곳은 어머니, 아버지와 할머니가 묻혀 계신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천국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에 더 주목을 합니다.
내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내가 있을 곳, '내 거처'는 천국이 아니고 '아버지의 집'인 것입니다.
천국이나 '아버지의 집'이 같은 말이고 다 그게 그거지만,
아버지의 집, 그것도 내 아버지의 집이 천국보다
더 인격적이고, 더 사랑이 담겨 있는 곳이잖나요?
그러니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매일 바칠 때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매일 진정 나의 아버지로 만나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길 매일 간절히 바랐다면,
더 나아가 이미 오신 하느님 나라에서 이미 살기 시작했다면
그 연장 선상에서 내 아버지의 집인 천국도 빨리 가고 싶을 곳일 겁니다.
그렇다면 예수님도 '내 아버지의 집'이라고 하신 그곳에
우리도 길이신 예수님을 주저함 없이 그대로 따라갈 것이고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집에 우리도 길이신 예수님을
죽고 난 뒤가 아니라 지금부터 따라가게 해주세요.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길)
http://www.ofmkorea.org/347984
19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내가 있을 곳, 가야 할 곳)
http://www.ofmkorea.org/217954
18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자리)
http://www.ofmkorea.org/121315
17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심란하십니까?)
http://www.ofmkorea.org/103588
16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이제>와 <이미>를 잘 알고 잘 살자.)
http://www.ofmkorea.org/88872
15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길이신 주님, 도반인 이웃)
http://www.ofmkorea.org/77621
13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길이 없는 사람들)
http://www.ofmkorea.org/53052
12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오늘)
http://www.ofmkorea.org/5813
11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http://www.ofmkorea.org/5083
09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A Patre ad Patrem)
http://www.ofmkorea.org/2496
08년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아버지께 가는 길)
http://www.ofmkorea.org/1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