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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5 03:48

내면의 실험실

조회 수 415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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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실험실

 

배부른 사람들이 이해하는 복음과

배고픈 사람들이 이해하는 복음은 정말 다르다.

성경을 보는 관점이 얼마나 다른가?

 

무리바의 바위에서 나온 물” (민수 20,1-13)

바위같이 단단한 우리의 독선과 소유와 고집,

나를 다른 사람 위에 올려놓고 지배하려는 돌덩이 같은 자만의 겉껍질,

그 안에 물이 있었다. 마음의 바탕에 이미 내재되어 흐르고 있는 기쁨의 물이다.

바위처럼 단단한 겉껍질을 깨고 나오면 그 물을 마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열악한 삶은 기본적으로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예수께서 가난한 자들에게 먼저 복음이 선포되어야 한다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풍족함을 누리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복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중심적인 목적과 지배욕, 자신의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복음을 왜곡시키고 오용하기까지 한다.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바위 같은 단단한 마음”(마태 16,23)

배부른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지닌 채로는 자신의 우물에서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다.

 

참된 신앙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배욕을 포기하는 것이다.

배부른 사람들이 지배욕을 포기하기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난과 겸손은 소유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저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부자들이라 하더라도 가난하고 겸손한 자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에게서도 지배욕이 넘쳐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가난하고 겸손한 이들에게 있어서는 할 수 없이 가 아니라

선택하고 결단하며 내려놓음으로써 배우고, 포기함으로써 성장한다.

 

복음은 우리에게 자신의 정의를 위해 일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정의를 위해 힘쓰라고 말한다.

하느님께 자신의 자유와 의지를 내어드리는 이들만이 모순을 끌어안을 수 있다.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불의에 맞서는 프란치스칸적 행동 방식은

단순히 선을 행하는 것이며, 더 좋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내면의 삶과 외부로 드러나는 삶을 통합시킬 수 있는 이러한 행동 방식은

선은 그 자체로 보상이며 악은 그 자체로 처벌이라는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여기서 모순같이 보이던 내면의 변화와 외부로 드러나는 변화가 통합된다.

 

나중에 상을 받기 위해 자선을 베푸는 일이 너무나 흔한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선은 지금 받는 보상이며 악은 지금 받는 처벌이다.

그러므로 지금 관계 속에서 가난하고 겸손하게 선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여기로 옮겨 놓는 일이다.

 

주 하느님, 우리 힘을 도로 주시고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 주소서” (시편 80, 8)

하느님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 줄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가난하고 겸손한 이들은 그 자체로 부드럽고 온유하게 예언의 삶을 살아간다.

예언은 복음을 전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삶이다.

그렇게 부드러우며 따뜻하게 너와 나를 연결하게 만들고

그리스도 예수와 일치되어 그분과 함께 그리스도의 멍에를 매고

악하고 비뚤어진 세상을 비춘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와서 배워라”(마태 11,29)

그분의 멍에가 가볍고 그분의 짐이 편하게 느껴지는 관계의 변화,

그러한 예언자의 생활방식은 삶의 변두리와 가장자리에서

결코 멋지거나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그 길을 간다.

이 시대의 프란치스칸들은 이러한 예언의 삶을 살도록 초대받았다.

철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게 하는 내면의 실험실,

우리 마음의 바탕에 이미 기쁨이 내재하고 있음을 지배욕을 포기하는 거기서 발견한다.

그분의 말씀은 우리 안에서 기쁨의 씨앗이 되어 실험실의 안과 밖을 밝혀주고

가난과 겸손은 지배욕을 몰아내고 너를 받아들인 결과다.

 

날마다 반복하여 드러나는 너를 지배하려는 욕심

날마다 반복하여 나를 포기하는 결단

실험실 내부의 온도가 뜨겁다.

 

하느님의 충만함에 참여하고

하느님의 사랑에 참여하는 기쁨은

높은 온도에서 구워진 의지의 결과다.

 

성령의 뜨거운 열기가

너를 지배하려는 의지를 잠재우기까지

오늘도 고난의 봇짐을 싸고 길을 나선다.

 

나의 의지를 구워내려는 하느님의 의지에 나를 내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열이 발생할까?

그래서 실험실 온도는 오늘도 여름날 한더위처럼 높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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