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인생길
잠을 깬 꽃들이
아침이슬로 세수하고
파란 거울 앞에서
기초화장을 한다.
구름 사이로 떠 오른 태양
물광에 반짝이는 얼굴
출렁거리는 억새들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나이를 먹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들
산사의 나무에 옷을 입히는 서늘한 바람
정갈한 몸매를 키우는 가을 채소
가을볕 한 아름
청과에 꿀을 바른다.
신비에 다가가는 사람은
세상의 노래를 감지하고
땀의 찬미 속에서 꽃들의 노래를 들으며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노래로 찬미의 노래를 부른다.
소녀의 눈동자에 추석 달이 뜨면
귀뚜라미 선창에 따라 나도 합창을 한다.
나의 좋은 데를 아는 분께서
너의 좋은 데를 안단다.
기쁨은 언제나 현재의 꽃
순수한 현존
명백한 연결
하느님도 함께 노래를 부르신다.
풍경이 있는 인생길
은하계의 티끌로
오늘도 그 길 위에서
가을을 노래한다.
2021, 9, 20. 추석을 하루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