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을 요즘 말로 요약하면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또는 두 개의 내가 있다는 말이고,
그래서 자아의 분열은 누구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있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해 저의 이론은 이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의식과 무의식이 있고,
우리의 의지에는 의식적 의지와 무의식적 의지가 있습니다.
그러니 두 개의 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내 안에는 지금까지 형성된 나와 되고 싶은 내가 있는데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내가 마음먹었다고 바로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없기에 형성된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에 분열이 있게 됩니다.
사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는 우리 속담처럼
어렸을 때 형성된 것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1987년 제가 일본에 처음 갔을 때 교또에는 코리안 센터가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한일간의 왕래가 많지 않았기에 그때 미사는 오래간만에
한국에서 온 신부가 교포들에게 우리말로 드리는 미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강론을 하는데 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제 강론이 감동적이서가 아니라 한국말 강론이었기 때문이지요.
왜 그렇게 생각했냐면 미사가 끝나고 담소를 나누는데
일본말은 잘하시지만 우리말은 잘못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안 해서 우리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알아듣는 것은 좀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마음에 와닿은 것이었지요.
그런데 정작 놀란 것은 그런 분들이 치매에 걸리면
어떤 분은 일본말을 싹 잊어버리고 잘 못하는 우리말만 해서
아파 병원에 가면 통역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이처럼 어렸을 때 배운 말과 엄마가 해준 음식이 우리 안에 깊이 박혀 있고,
그렇게 형성된 습관과 기호와 인식과 의식이 나를 형성하고 있기에
그런 나는 쉽게 바뀌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거지요.
게다가 제가 그저께 우리 안에는 이성과 감성과 의지가 있고
감성이 상선을 쫓지 않으면 욕망이 하선을 따르게 된다고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아무리 이성이 진리를 따라야 한다고 하고
의지가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욕망을 따라 산 사람이
오늘 바오로 사도가 얘기하듯 이성의 법을 따르기 쉽지 않은 건 당연하지요.
그러니 그저께 이미 말씀드렸듯이 지상선이신 하느님을
프란치스코처럼 체험하기 전에는 그리고 시편 말씀처럼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고 깨닫기 전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는 두 개의 내가 싸울 수밖에 없고 하느님 체험을 했다 해도
그 좋으심에 깊이 맛들이기 전에는 두 개의 내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바오로 사도는 두 개의 내가 있는 것 때문에
자신이 비참한 인간이라고 하면서도 결론처럼 이렇게 얘기하지요.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인성 면이나 성덕 면에서 바오로 사도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 주님을 따르는 한 두 개의 내가 싸우는 것은 피할 수 없는데
이 싸움을 포기하겠습니까, 구원자 주님의 도움으로 계속하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ㆍ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다.^♡^
(다르기에 사랑할 수 없다는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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