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No Attached Image

오늘의 복음은 주님께서 백인대장의 종을 치유해주시는 얘깁니다.
그런데 루카복음은 다른 복음과 조금 다릅니다.
요한복음은 종이 아니라 백인대장의 아들인 점이 다르고
마태오복음은 백인대장이 직접 주님께 찾아온 것이 다릅니다.
그런데 오늘 루카복음은 백인대장이 직접 찾아오지 않고
그 지역 원로들을 보내어 청을 하게 합니다.

처음에 언뜻 보면 백인대장이 대단히 시건방진 것처럼 보입니다.
청하는 주제에 직접 와서 공손히 청하지 않고
지배자라고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얘기들을 보면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적이 없다.”고 주님이 감탄하실 만큼
이 백인대장은 겸손과 믿음의 사람입니다.

직접 찾아오지 않은 이유는 감히 찾아오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 합당치 않다고 여겼습니다.”고 얘기합니다.
너무 누추한 사람이기에 합당치 않다고 생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위가 높지 않기에 합당치 않다고 생각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가 생각한 합당치 않음은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거룩함의 기준이었습니다.
이사야가 성전의 거룩함을 체험하며 자기는 더러운 사람이라고 하듯
이 세상의 잡것이 거룩한 분을 만날 때 갖게 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거룩함을 알아보는 속됨은 사실 속됨이 아니지요.
뱁새가 봉황의 뜻을 모르듯이
진짜 속됨은 육(肉)과 같이 거룩함을 모릅니다.
그러므로 거룩한 분을 알아보고 자신을 찾아뵙지도 못할 정도로
속되다 하는 백인대장은 벌써 주님의 거룩함을 접하고
그 거룩함에 상당히 다가간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밤새도록 기도하였습니다.
“당신은 누구시고, 벌레만도 못한 저는 누구입니까?”
사람 앞에 서는 자가 아닌
주님 앞에 서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말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런 겸손에서 큰 믿음이 생깁니다.
“귀하신 당신께서 몸소 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찾아뵙는 것도 송구스러운데 몸소 오시는 것은 더 송구스럽습니다.
오시지 않아도 당신은 말씀만으로 얼마든지 고치실 분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시리아 장수 나아만과 비교하면
백인대장의 겸손과 믿음이 도드라집니다.
대국의 재상이 그 멀리서 찾아왔는데
엘리사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손도 얹어주지도 않고
그저 요르단 강 물에 씻기만 하라고 하니
그런 대우에 매우 언짢아하고 그 처방에 대해서도 불신합니다.

그러므로 백인대장의 믿음은 여간한 믿음이 아닙니다.
주님이 몸소 오시지 않아도
주님이 몸소 손을 얹어주지 않아도
주님 음성 귀에 들리지 않아도
주님 직접 뵌 적 없어도 그는 알고 믿습니다.
주님은 사랑이시고,
주님은 선이시고,
주님은 전능하시다는 것을.
자기 있는 곳까지 오셔야지만 은총이 체험되는
그런 낮고 초라한 믿음이 아닙니다.
자기 있는 곳까지 내려오셔야지만 사랑이 체험되는,
떼를 쓰고 징징대는 그런 믿음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헐값으로 사려하지 않고
그래서 자신의 믿음을 헐값으로 팔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의 믿음에는 낮은 고고함이 있고,
그의 믿음에는 겸손한 도도함이 있습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요셉 2012.04.03 12:15:10
    그렇습니다.

    낮은 고고함, 그리고 겸손한 도도함,
    딱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이 안 되는
    어떤 느낌이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흔하진 않지만 간간히 그런 모습을 만나고
    바라보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찬란한 슬픔 갖은 기쁨을 맛보는 아주 귀한 순간이 있더군요.
    그래서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낮은 고고함, 그리고 겸손한 도도함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삶을 수놓은 이태석 신부님의 생애를 영상화한 영화를 보러 갑니다.

    그리하여 저도 고고함, 그리고 겸손한 도도함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도록 마음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31Dec

    12월 31일- 우리 모두 은총을 관상하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요한복음은 우리 모두 주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았다고 ...
    Date2010.12.31 By당쇠 Reply10 Views1237
    Read More
  2. No Image 30Dec

    12월 30일- 몰아와 몰입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Date2010.12.30 By당쇠 Reply5 Views951
    Read More
  3. No Image 29Dec

    12월 29일- 사랑과 미움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옛적의 유행...
    Date2010.12.29 By당쇠 Reply1 Views935
    Read More
  4. No Image 27Dec

    사도 성 요한 축일-사랑 박사

    사도 요한의 축일을 지내며 드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 축일이 왜 성탄 주간에 있을까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도 요한과 관련된 복음이 많이 있는데 성탄시기에 하필이면 부활시기에나 읽을 법한 오늘의 요한복음을 읽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런데 ...
    Date2010.12.27 By당쇠 Reply1 Views2338
    Read More
  5. No Image 26Dec

    성가정 축일- 포대기같은 성가정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이번 저...
    Date2010.12.26 By당쇠 Reply1 Views1231
    Read More
  6. No Image 25Dec

    예수 성탄 대축일- 어둠은 빛의 과거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얼마 전에 기회가 되어 젊은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 젊은이들도 귀에는 이어폰을...
    Date2010.12.25 By당쇠 Reply5 Views1336
    Read More
  7. No Image 24Dec

    12월 24일- 난세의 영웅이 아니라 하느님의 종이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그분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찾아와 속량하시고, 당신 종 다윗 집안에서 우리를 위하여 구원자를 일으키셨습니다.” 즈카르야의 노래는 늘 저에게 도전을 합니다. 다윗과 이스라엘을 초월하라고 말입니다. 더 정확히 ...
    Date2010.12.24 By당쇠 Reply0 Views94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22 1123 1124 1125 1126 1127 1128 1129 1130 1131 ... 1342 Next ›
/ 134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