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을 늦더위와 장마 속에서 마지막 수액을 땅으로 보내는 나무들 나목으로 옷을 벗기 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나보다 만산을 불붙이는 단풍들의 축제 주황의 화염이 내 가슴에도 불을 지른다. 들판의 곡식은 하나 둘 사라지고 빈들에는 가난하면서도 풍요로운 평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간다. 자리를 빛내 준 땅의 고마움 땅의 가난함이여, 너를 닮고 싶구나, 내 인생의 가을 나무와 땅의 가난함처럼 아무 것도 남겨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자신을 위해 지녔던 것 나를 내려놓는 그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을, 아! 위대한 가난이여, 빈손의 풍요함이여, 하늘로부터 오는 빛으로 물들었구나, 가을이 가르쳐 준 단순하고 맑은 마음 천지가 황송한 감격이요 진한 감동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황홀한 열정으로 물들었던 잎을 미련 없이 내려놓으며 추위에 나를 맡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