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은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과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상봉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두 분은 친척간인데 하나는 늙은이이고 하나는 아가씨입니다.
너무나 대조되는 이 두 분의 공통점은 애를 낳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고
그런데 지금 애를 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분의 상봉을 상상하면 저는 웃음이 나옵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뒤늦게 임신하여 벌써 여섯 달이 되었고
마리아가 찾아올 때는 배가 제법 불러와 배를 내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마리아의 문안을 받는 엘리사벳은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많이 부끄러웠거나 적어도 겸연쩍었을 것입니다.
늙은이가 주책바가지이지 애를 배고 있으니 말입니다.
옛날에는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어머니가 며느리와 같이 애를 낳았는데
그때 시어머니는 너무 부끄러워 애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며느리가 도련님 젖까지 먹이곤 하였지요.
저의 누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 날 저의 누나한테 전화가 왔는데
"나 임신했어. 어떻게 하지?"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그래 신부한테 물으면 애 떼라고 얘기하겠어?"하고
저는 매몰차게 잘라 말하였습니다.
저의 누나는 자신이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운 것이지만
그 아이가 태어나 할머니 같은 엄마를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그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고
부모가 일찍 죽어 아이가 고아가 되면 어떻게 될지도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원하지 않는데도 이 아이가 임신된 것을 보면 하느님의 뜻이야.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누나의 실수인 것 같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누나의 실수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이 아이를 태어나게 하시는 것이야.
그러니 태어날 아기는 누나의 아이가 아니고 하느님의 아이야.
하느님의 아이를 누나가 어찌하면 안 되지.
하느님의 아이니까 이제 내가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 거야."
이렇게 얘기하고는 제가 '요한'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 이름은 세속명도 요한이고 세례명도 요한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그때 우리는 뭐가 잘못돼서,
또는 내가 무엇을 잘못 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지 않고 아무도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은
하느님께서 원하시어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우리는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하고 생명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 인간적으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임신을 한 분들이고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임신을 한 분들입니다.
그러기에 이 두 분의 임신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에 의한 임신입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 인간적인 부끄러움이 아니라
성령으로 가득 차 우리가 매일 바치는 성모송을 기쁨에 넘쳐 부르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이라고 성모를 칭송합니다.
그러나 이런 칭송은 성모 마리아께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엘리사벳도 주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인 분이고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도 그렇게 믿고 받아들인 분들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싫고 두렵지만
하느님 때문에 그리고 사랑으로 받아들이면 성령이 임하고
그 성령으로 마리아처럼 주님을 잉태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성모 마리아처럼 주님의 어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하씨 집안 세우기)
http://www.ofmkorea.org/393446
19년 대림 제4주일
(빈 구유 만들기)
http://www.ofmkorea.org/300365
18년 대림 제4주일
(보잘것없는 것에서)
http://www.ofmkorea.org/178010
16년 대림 제4주일
(마음의 깨끗함만으론 주님의 어머니 될 수 없다.)
http://www.ofmkorea.org/96775
15년 대림 제4주일
(하느님을 낳은 두 가지 방법)
http://www.ofmkorea.org/85266
14년 대림 제4주일
(주님께서 세우기를 진정 바라시는 것은?)
http://www.ofmkorea.org/73069
13년 대림 제4주일
(임마누엘 하느님은 당신의 계획대로)
http://www.ofmkorea.org/58786
12년 대림 제4주일
(이웃에게는 주님을, 주님께는 내 몸을!)
http://www.ofmkorea.org/46527
11년 대림 제4주일
(축복이 아니라 축성을)
http://www.ofmkorea.org/5435
10년 대림 제4주일
(하느님께서 하시게 하라!)
http://www.ofmkorea.org/4662
09년 대림 제4주일
(처녀지와 처녀림)
http://www.ofmkorea.org/3411
08년 대림 제4주일
(가슴에 성전, 마음의 구유)
http://www.ofmkorea.org/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