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의 나목으로 움츠리다가
연두 빛 새순들이 초록이 되고
천지가 홍엽으로 불타오르더니
붉은 얼굴에 화장기가 아직 남아있는데
오늘은 땅에 떨어졌구나.
너의 이름은 나뭇잎!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나보다
바람이 너를 땅에 내려놓을 때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떠했니?
너를 바라보다 나를 보았다.
삭풍의 얼었던 손
훈풍에 녹이고
폭풍에 상처받고
미풍에 달래던 마음
이제는 고운 모습으로 떠나는 너
한 세상 살다가는 네가 부럽다.
아름다운 마감이여!
얼굴엔 평화
가슴엔 불타는 사랑
바람 따라 부르던 찬미의 노래
너를 지어내신 분께 온전히 돌려드리는
기쁨에 찬 가난함이여!
네가 먼저 가거든
날 기억해 다오
나의 작은 가슴에도
작은 불씨 남은 채
아름답게 떠날 수 있도록...
너와 나는 같은 고향
같은 근원에서 왔으니
우리다시 거기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