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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보니 문득 고교 시절 애창했던
박 인환 시인의 노래 가사 “세월이 가면”이 생각납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이런 가사인 것 같습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에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어제는 어떤 분과 얘기하다가 기억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지나간 것을 남기지도 기억하지도 않는데
그분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간직하고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쁜 것으로서가 아니라
소중한 것으로서 남아있었습니다.
그분에 비해서 저는 늘 앞의 것을 생각하는 성향이기에
제게는 지난 것은 싹 사라져버리고 남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그분과 저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이나
제가 강의 중에 한 말도 저는 다 잊어버리지만
그분이 상기시켜 줄 때에야 저도 기억이 날 정도입니다.
그분의 기억력, 머리가 좋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인 것입니다.
세월이 가 사람도 가고, 일들도 지나가지만
사랑을 하면 그 사건, 그의 말, 그의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사랑만큼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서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는 말씀도 이런 뜻입니까?

예, 그런 뜻이 있습니다.
지금같이 큰 사건이 일어나 뒤숭숭하고 사람들이 불안해하지만
세월이 가고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잊혀지고 말 것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엄청난 일이 일어났어도
그런 것들은 결국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서운하고 허무할 정도입니다.
결국 사랑만큼 남고 사랑이 남는 것인데
무엇이 우리의 사랑인지가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영원히 사랑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사랑이 우리 안에 영원히 남아있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세월이 가면
가을도 가고
사람도 가고
나뭇잎도 떨어집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사라져 가는 이 때에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아야 하는지 우리는 깊이 묵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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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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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소화 2010.11.26 22:43:15
    신부님! 영명축일 축하드립니다.
    날마다 생명의 양식..늘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 ?
    홈페이지 마니또 2010.11.26 22:43:15
    신부님의 뜻깊은 축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벽마다 주시는 말씀으로 하느님을 더 가까이 만나고
    거친 영혼 세밀하게 다듬어주시는 주님의 은혜 감사합니다.
    아침 햇살같이 변함없는 신선함으로 오직 주님의 사랑만을 전하는
    아름다운 수도의 삶 늘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
    홈페이지 오늘 2010.11.26 22:43:15
    하루하루 묵상의삶을 전해주시는 신부님,영명축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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