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갈아드립니다.
수도원 현관 앞 두 개의 칼 통
하나는 갈아야 할 칼
또 하나는 갈아놓은 칼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칼
요양원에서
수녀원에서
학교 급식소에서
동네에서
누가 가져오고
언제 가져가는지 몰라도
갈아야 할 칼 통에 칼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비교하고 경쟁하는 사이에
높이고 자랑하고 증명하는 사이에
자로 재고 저울로 다는 사이에
감추고 숨기는 사이에
비난하고 판단하는 사이에
성취할 수 없는 복을 찾다가 무뎌진 양심
그 양심에 날을 세운다.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날을 세운다.
칼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날을 세우는 일은 기쁘다.
정교하게 갈고 갈아 번쩍이는 칼날
다칠세라 곱게 싸서 칼 통에 넣으면
마음은 벌써 잔칫날,
세상의 모든 복을 가졌다 해도
그것을 선물로 여기지 않으면 기쁨이 없다.
선물로 받은 사랑
선물로 내어주는 기쁨
나를 통해 너에게 자비가 흘러가는 유역엔 낙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