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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성 요셉과 소년 예수 (1964)

   가 : 삐에뜨로 안니고니 (Pietro Annigoni : 1910-1988)

   기 : 목판 유채

소재지 : 이태리 피렌체 성 로렌죠 대성당 


작년 어떤 개신교 신학자가 쓴 “신학이 달라져야 교회가 산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신학자의 견해는 보수나 전통 보다 진보가 낫다는 뜻이 아니라 복음은 항상 시대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움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작년 성탄 직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로마에서 세계 교우들을 상대로 하시는 교리 교육이 계속 성 요셉에 대한 단일주제로 이어졌는데 이것은 무척 고무적이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서 교황님은 요셉 신심이 비록 교회 신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현대에서 새로 조명되어야 할 부분을 제시하셨다는 것은 참으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시도라 볼 수 있다.


몇년 전 미사 전문에 성 요셉을 삽입하시는 것으로 성 요셉이 교회에 차지하는 비중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신 교황님께서 이번 요셉 성인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셨다.


전통적인 요셉 신심의 방향은 동정녀이신 마리아의 정배로서, 예수를 기른 양부의 모습이 핵심이기에 자연스럽게 마리아의 동정성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했다.


안타까운 일은 그동안 교회가 복음에 바탕을 둔 신학의 정립보다 어떤 때 교회라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복음을 해석한 안타까운 면이 있는데, 성 요셉에 관한 것 역시 성모님의 동정성이란 교리를 전개하기위한 도구로 요셉 성인에 대한 것이 전개된 것 같은 아쉬움이있다.


교회가 가르치는 동정이란 신체적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절대적 헌신에 목표가 있는데 성모님과 요셉의 정배 안에선 마치 동정의 최고 목표가 성생활에서의 단절인양 오인될 위험이 있었다.


바른 정결 개념은 기혼자 독신자 모두가 자기에게 합당한 방법으로 성에 대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 바로 정결이며 이것은 교회 성서 신학사전에서도 분명히 제시되고 있으나 관습적으로 결혼 신분은 독신 신분 보다 하위의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성모님의 동정성에 대한 좁은 태도에서 있으며 이 교리를 지키기 위해 요셉 성인을 양부와 정배의 관계로 표현해왔다.


그래서 부부로서의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모습은 참으로 어색하게 표현되고 있다.


앳된 처녀와 늙은이의 대비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 요셉은 마치 손주를 안고 있는 할아버지처럼 힘없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제시되어 왔다.


그래서 성 요셉이 수도생활을 하는 수사도 아니고 이상적인 부부도 아닌 어정정한 모습으로 어색하게 제시되곤 했다.


그러나 성서에서 제시되고 있는 요셉은 이런 모습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대단한 생활인이었다.



전승에 의하면 당시 나자렛은 너무도 작고 가난한 도시이기에 노동으로 밥벌이가 힘든 그런 곳이었고 그 이웃에 있는 세포리스(Sepphoris)라는 로마 문명의 영향을 받은 도시이고 부유해서 오늘날에도 당시 부유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소년 예수님은 아버지 요셉과 함께 이 도시에 가서 여러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예수님은 아버지 요셉으로부터 노동이라는 교육을 통해 인간 삶의 기본에 충실했다는 것이 소년 시절 예수님이 아버지 요셉과의 관계를 가장 확실히 알 수 있 있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헬레니즘적 도시인 세포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분의 말씀 중 “위선자(hypocrites)”라는 표현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사실 이 표현은 극장의 배우를 가리키는데, 이것을 예수님은 극장이 있던 세포리스에서 배웠을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것은 성서를 편협하게 해석하는 게 열심하고 정통이란 생각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예수님이 그리스도교가 만든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임을 믿게 만드는 가장 힘 있는 제시가 될 수 있다.


작가는 바로 이런 현실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정배나 양부의 모습으로서 요셉 보다 생활인으로서의 요셉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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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요셉과 아들 예수님이 목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작가는 자연주의적인 기법을 동원해서 그동안 성가정이란 표현으로 인간적인 면모가 좀 어색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여느 아름다운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통적인 성가족의 어떤 그림은 요셉과 마리아가 아들 예수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이 있는데 이것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증거 하는 상징은 될 수 있지만 왠지 인간 사회 정서에서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아버지 요셉과 아들 예수는 너무 자연스럽다.


아버지 요셉은 전통적인  표현에서 사용되던 양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아버지 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들 예수님은 노랑 붉은색이 눈부신 밝은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 라는 성서 표현을 너무도 밟고 명백하게 표현된 모습이다.


예수님은 비록 인간 아버지 요셉의 지도를 받는 처지이나 그의 인물됨이 범상치 않음을 작가는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아들 예수는 아버지 요셉의 지시에 따라 자기에게 맡겨긴 목공일에 더 없이 충실히 몰두하고 있다.


그가 혼신의 모습을 다해 일하는 모습은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말씀을 연상시킨다.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요한 5: 17)


일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과 직결되는 성무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소년 예수는 보이고 있다. 성서가 성 요셉의 인품을 표현하는 것으로는 다음 구절이 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 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음으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마태 1:20)


여기서 의롭다는 것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정의감에 투철한 사람“이라는 것 보다 훨씬 더 폭넓고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여러 시험을 걸쳐 성숙한 인품이 검정된 인격자를 표현하는 것이다. 인격적으로 너무도 고귀하고 기품 있는 인간임을 알리고 있다.


예수님 생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수님의 고귀한 인품은 바로 이런 아버지의 교육에서 전수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 결코 근거 없는 과장은 아닐 것이다. 


요셉이 아들 예수에게 이런 아름다운 인격을 전수할 필요가 없었고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전수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양부로서 성 요셉의 위상은 고아원 원장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요셉은 이런 밝은 아들 예수의 모습과 달리 짙은 어둠에 쌓인 모습이다. 이것은 성 요셉이 하느님의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이기에 여느 아버지와 달리 드러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힘있게 아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 표정은 아들을 바로 보며 흐뭇해하는 여느 정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이다. 열심히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는 아들 예수의 머리 위에 얹어진 그의 손은 그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리고 있다.


성 요셉은 아들  예수의 인간적 나이에 어울리는 아버지의 모습이며 전통적인 성모님의 동정성을 강조할 의도로 그려진 후즐그레하고 생기 없는 노인네와 전혀 다른 생기 있는 아버지 모습이다.


그는 아들 예수를 더 없이 믿음직한 모습으로 키우며 보호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의 듬직한 체구는 아들 예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도와줄 수 있는 믿음직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 작품 앞에서면 전통적인 성 요셉의 이미지였던 정배와 양부보다 더 현실적인 정감과 친밀성을 느낄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에 와서 교회 뿐 아니라 세상 안에서 아버지상의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교회에서는 아버지의 바른 모습을 정착시키자는 운동이 아버지 학교라는 이름으로 개신교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요청이고 복음적인 것이기에 가톨릭교회에서도 아버지 학교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아버지 상을 찾고 가르치기 위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근래 교황님께서 성 요셉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시기 이전 지난 2015년 가정교리에서도 교황님은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나는 네 아버지인 것이 행복하다!” 이것은 슬기롭고 성숙한 아버지가 하는 말입니다. 아버지의 참된 행복은 자녀가 지혜롭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녀가 정직하게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감동할 것입니다.


지혜와 정직함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고 판단하는 습관이 자녀 스스로의 것이 되도록 도와주는 아버지가 되어야 할 것이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기다릴 줄 알고 용서할 줄 아는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합니다.


노동자 성 요셉과 아버지로부터 목수 일을 배우고 있는 소년 예수님은 단순한 교리적인 전개가 아니라 오늘 우리 현실에 너무나도 필요한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고 상기시켰다는 면에서 시기적절한 탁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작가의 작품은 교황님의 말씀을 너무도 정확하고 생기 있게 표현한 것이라 호감이 간다.


더욱이 이 작품이 르네상스 운동을 시작한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자랑인 로렌죠 성당에 안치되었다는 자체가 교회가 더 생기 있는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관점에서 참으로 자랑스럽고 희망적인 모습이다.


교황님의 말씀과 작가의 작품이 너무도 신선히 맞아 떨어지면서 노쇄한 할아버지 모습으로 손주를 안은 것 같은 피곤한 모습의 성 요셉의 이미지는 극복할 때가 되었다.


대신 교황님의 교리 교육에서 제시되고 있는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어려움도 마다 않은 요셉의 건강한 부성상 즉 오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아버지 상 제시에 작가는 너무도 큰 역할을 했다.


성 요셉의 바른 위상이 오늘 교회에 너무 필요한 것이기에 다음 한번 이어서 다른 작가의 성 요셉의 작품을 해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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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가온 2022.03.02 06:33:02
    공감되는 말씀....노쇄한 할아버지 모습으로 손주를 안은 것 같은 피곤한 모습의 성 요셉의 이미지는 극복할 때가 되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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