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욕 중에 어떤 욕이 제일 심한 욕일까요?
나쁜 놈이나 못된 놈은 성격이나 인격과 관련한 욕이니 그리 심한 욕은 아니고
쌍놈이니 개새끼 같은 욕도 출생 신분과 관련한 욕이니 그리 심한 욕이 아닙니다.
그것은 벼락 맞아 되질 놈이나 천벌을 받아 죽을 놈에 비하며 그렇다는 뜻입니다.
벼락 맞으라는 것과 천벌을 받으라는 욕은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는 욕이니
욕 중에서 아주 심한 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천벌 받아 죽을 놈은 인간이 벌할 수 없는 놈을 하늘이 대신
벌을 내리길 바라는 욕이니 모든 욕 중에서 제일 심한 욕일 것입니다.
요즘같으면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사람을 살상한 푸틴과 같은 사람에게 누군가
벌을 내렸으면 좋겠는데 내가 벌을 줄 수도 없고, 다른 누구도 줄 수 없을 때
하늘이 그에게 벌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천벌을 받을 놈이라고 욕하지요.
그리고 오늘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인 빌라도도 이 천벌을 받을 놈일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주님께서도 빌라도를 그렇게 욕하실 거라고 기대했는데
빌라도 얘기를 들으신 주님께서는 빌라도를 죽일 놈이라고 욕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갈릴래아 사람들처럼 될 수 있다는 뜻으로 경고하십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무척 당황했을 것입니다.
화살로 치면 빌라도에게 가야 할 화살이 오히려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고,
손가락으로 치면 죄인이라는 손가락이 빌라도가 아니라 내게로 향하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한 말씀으로 교묘하게 흐름을 돌리시고 논점을 바꾸십니다.
일제히 빌라도에게 향하던 시선을 각자 자신에게 돌리게 하시고,
욕을 퍼부으려던 분위기를 자기 성찰의 분위기로 바꾸시며
멸망에 대한 경고를 통해서 회개에 대한 촉구로 논점을 바꾸십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런 경고와 촉구를 통해서 우리를 바꾸어주시는데도
우리가 끝내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주님의 노력에도 헛되이 멸망케 될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이에 대해 무화과 나무와 포도 재배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이 비유에서 우리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 나무이고
주님은 우리가 열매를 맺게 하려고 애쓰시는 포도 재배인이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는 회개의 열매이고,
회개의 열매를 맺기까지 1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이 1년은 열매를 맺도록 주어진 은총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멸망이 잠시 유보된 위기의 시간입니다.
이 은총의 시기를 흘려버리면 멸망이 닥칩니다.
오늘 신명기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
여기서, '구하여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오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 사시는 동안 우리를 구하시려고,
곧 회개의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애쓰시는 포도 재배인이십니다.
프란치스코는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는 모든 사람,
오, 그런 일을 실천하고 그런 일에 항구하는 남녀들은 얼마나 복되고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들인지! 주님의 영이 그들 위에 머물고 그들을 거처와 집으로
삼으실 것"이고 하는데 우리는 끝내 회개치 않아 결국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포도 재배인이신 주님의 가꾸심으로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는
은총의 사람들이 되라는 초대를 받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