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아침에
연초록 바다에 드리워진 잔뜩 흐린 하늘
목이 타는 땅의 서러움을 아는지
촉촉이 적시는 가슴에
처연한 슬픔이 강이 되어 흐른다.
가슴 시린 백성들의 눈물인가!
아스라이 사라져간 이별의 눈물인가!
피멍의 흔적들이 왈칵 쏟는 눈물인가!
피워보지 못한 못다 한 사랑의 꽃봉오리
전쟁의 포화 속에 연기같이 소진한 생명들의 함성
독점과 소유와 탐욕의 희생자들
생명이 만발하는 계절에
매일 듣는 소식은 죽이는 소리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과 땅을 빼앗긴 이들의 통곡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절망의 질곡에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참한 파괴의 현장
사랑을 떠난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
관계를 떠난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큰 폭력으로 변하는지
눈물마저 사라진 충혈된 눈동자로
무엇을 바라볼 수 있을까!
생명을 살리려는 인류애가
살아있는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루가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