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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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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오방색으로 그려진 예수님 얼굴

   가 : 미상

소재지 : 미상

성미술에 대한 글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자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얼마 전 참으로 뜻밖에 새로운 자료를 입수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수도원에 함께 사는 어떤 도반이 교구 주보에서 발견한 것인데 그는 이것이 아주 마음에 들어 확대해서 조그만 액자를 만들어 수도원 식당에 두었다.

처음에는 색깔이 너무 현란해서 몇 번 보았는데 볼수록 지금까지 익숙했던 예수님의 얼굴을 생각하기에 너무 생소한 것이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통 색깔인 오방색의 주조로 가시관을 쓰신 예수님의 얼굴을 덮고 있는데, 오방색이란 우리나라 무속 행위에서 자주 드러나거나 아니면 불교 사찰이나 궁궐에서 볼 수 있는 단청이나 불사에 자주 등장하는 불화와 익숙한 색깔들이다.

 지금껏 나에게 익숙한 서양적 성화의 개념으로는 너무 생경하다기보다는 연결이 되지 않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지다가 문득 이것을 준비한 교우가 남미를 여행하던 중 발견했다는 것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미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복장은 우리들의 오방색처럼 현란한데 오늘 인류학자들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기원은 우랄 알타이 지역이나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떤 학자는 긴 연구 끝에 남미 원주민들은 8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그는 이것을 우리와 그들의 풍속의 유사성에서 밝혀내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풍속이나 복장 생활 습관에서 우리와 유사한 부분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디언이라면 미개인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그들은 대단한 문화를 가진 민족이었다. 그들이 남긴 많은 피라미드나 건축물은 그 후에 지어진 스페인식 건물이 따를 수 없는 대단한 수준이다.

지진이 나서 성당이 무너질 때도 그 성당의 기초였던 잉카 신전은 아무 손상이 없는 것을 보면서 당시의 대단한 건축술이나 아니면 생활 풍습에서도 오늘의 시각에서도 발달된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남미 인디언들의 복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방색의 기원은 우리 문화에서 온 것이기에 우리에게 친근감을 주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우리가 자기들의 문화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이 특히 성화 분야에서는 거의 맹목적일 만큼 서구 일변도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했기에 가장 우리 정서에 맞는 이 작품이 오히려 생경하게 보이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오방색으로 표현한 것은 우리들의 정서 차원에서 그리스도 수난 이해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십자가 신앙은 크리스천 신앙의 핵심이며 수행의 주제로 볼 수 있음을 성서에서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또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마태 10,38)

“그 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마태 16,24)

주님은 부활한 생명을 선사하시기 위해 십자가의 죽음을 겪으셨기에 오방색의 생기와 화사함은 부활하신 주님의 부활하신 생명의 표현에 더없이 어울리는 것이며 우리가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무지에서 깨어난다면 어떤 서양식 성화에서 찾기 어려운 감동적인 부활 신앙의 감동적 생기를 얻을 수 있다.

가시관을 쓰고 계신 예수님의 모습을 수난 복음에선 가장 사실적으로 예수님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먼저 예수님께선 시온산 근처 만찬 방에서 자기를 배반할 제자들을 위해 최후 만찬을 행하시고 겟세마네 동산으로 옮기시어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신 후, 자신을 팔아넘길 가롯 유다와 함께 온 군대들에 체포되어 빌라도 총독 앞에서 재판받고 십자가형을 선고 받고 골고타 언덕에서 운명하셨다

이 과정에서 주님은 말 못 할 고통과 수모를 겪으셨는데 성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 위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다인의 임금님 만세! 하며 그분을 조롱하였다. 또 그분께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분 머리를 때렸다.”(마태 27,27-28)

이런 고통을 겪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가장 큰 절망과 고통을 겪으신 주님의 가장 큰 고통은 성부께서 자기를 버리신 게 아닌가라는 인간적 절망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라고 절규하신 것은 이것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성화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바로 이 성서 구절을 연상시킬 수 있게 표현했다.

지난 회에 소개한 한스 홀바인의 “무덤 속의 예수님”에서는 수난의 비참한 모습을 더 극대화해서 부패가 시작된 시체로 표현할 만큼 파격적인 표현도 했다.

다른 유명한 예로 아래 작품은 1648년 시칠리아 출신의 프란치스코회 수사가 제작한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인데 그 사실적인 표현에 오늘도 많은 사람이 이 십자가 앞에 서면 옷깃을 여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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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작가는 오방색을 사용함으로써 전혀 다른 정서를 표현하게 되었다

우리 민족 문화에서 정착된 오방색은 동양 철학의 원리인 목(木) 화(火) 수(水) 금(金) 토(土)등의 만물의 생성, 소멸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이것은 또한 방향 표현이 되기도 했다.

즉, 동쪽은 청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적색, 북쪽은 흑색, 중앙은 황색을 상징함으로써 세상에 편재하고 있는 모든 색깔 의미성을 부여했다.

동쪽은 태양이 솟는 곳으로 나무가 많아 푸르기 때문에 청색을 의미하고 봄을 의미하며 양기가 강하지만, 서쪽은 쇠가 많다고 백색으로 표현하였고, 가을을 의미하며 음기가 강하다. 남쪽은 해가 강렬해 적색이고 양기가 왕성한 여름을 의미한다. 북쪽은 깊은 골이 있어 흑색이고 겨울을 의미한다. 중앙은 땅의 중심으로 황색을 의미한다.

이처럼 오방색은 단순히 구분되는 색깔이 아니라 우리 민족들에게 있어 우주와 인간 질서의 상징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우리 문화에서는 경축의 상징으로 오색 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었다.

그래서 오방색은 전통적으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회화에서도 이것을 많이 사용되었다.

설날에 입는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부터 오방색 장신구, 오색 비빔밥, 한옥에서도 오방색이 활용되었다.

이처럼 오방색은 우리 민족 전통의 색채로 인간 삶의 불길을 제거 예방하고 행운으로 초대하는 희망을 담고 있는 색깔이기에 우리의 피를 이은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이 색채를 사용하게 되었다.

 남미 여행 중이던 우리 교우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이 작품을 보고 엄청난 감동을 받아 교구 주보에 소개했다는 것도 그가 오방색의 정서에 길들인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이 색깔이 줄 수 있는 이미지가 바로 십자가의 죽음 넘어 저쪽 종착역에 있는 부활임을 체험했기에 그 감동을 우리에게 소개한 것이라 믿는다.

예수님의 부활은 십자가의 고통을 전제로 하지 않고선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인데 그동안 교회의 많은 작품은 이것을 분리해서 표현했기에 부활의 의미 설명 역시 이분법적 사고로 분리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간혹 가령 스페인의 엘 그레코 같은 작가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그리면서도 그 처참한 고통과 함께 십자가 배경을 황혼이 아닌 새벽의 여명으로 표현함으로써 이제 곧 부활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게도 했다.

이 작품은 예수님의 죽음이 부활로 이어지는 과정을 너무도 우리 정서에 맞게 잘 표현한 것이며 이것은 우리만의 정서가 아니라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지금까지 표현되고 있는 어느 서구 성화 못지않게 크리스천 신앙의 핵심인 부활 신앙을 명백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역사에서 예술가들은 주님의 모습을 시대 정서에 맞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주님의 모습을 더 감동적이고 생기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 비잔틴 시대에는 그리스도를 인간이기 이전 하느님 아들의 표현을 강조함으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도 왕관을 쓰고 계신 모습으로 표현했다.

11세기부터 탁발 수도자들에 의해 주님의 인성이 강조될 때 주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혹독한 죽임을 당하신 것을 강조하면서 오늘 우리에게 익숙한 처참한 예수님의 모습이 십자가 죽음의 의미성의 중요 부분으로 표현되어 오늘까지 정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색채의 선명함만이 아니라 예수님의 표정 역시 고통에 찌든 표현이 아니라 수난의 진면모는 부활에서 완성된다는 상념의 여유를 보인다

교회가 자기 사명에 성실하기 위해선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법인데 이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서양 미술에서 시대에 따라 변했던 어떤 양식들 못지않게 부활 신앙을 향한 과감한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룬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색깔을 도입해서 복음적인 예수님의 얼굴을 제작한 이 모습을 보면서 우리 민족들의 문화와 역사를 통해서도 하느님의 섭리가 드러남을 잊고 있었던 우리의 현실을 일깨우고 있다. 인류가 서로의 문화를 많이 이해함으로써 우리 문화도 이제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동양 문화라면 중국과 일본이 전부 인양 이해되었으나 이제 우리 문화도 국제무대에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근래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벨트 뮤지엄에서 조선왕조 정도 때 정착된 책걸이에 대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는데, 이 작품은 한국인들이 어려운 삶의 현실에서도 지식에 대한 대단한 욕구를 예술로 표현했다는 것과 함께 이 서양인들에게 생소한 오방색을 주조로 한 한국 채색화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런 정서에 맞춰 작품은 단순히 우리에게 익숙한 오방색의 성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폭을 넓힐 때 오방색으로 표현된 성화는 세계인들에게 감동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리라 믿는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히브 1,1-2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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