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우리는, 아니, 저는 사랑 안에 머물라는 오늘 주님 말씀과 관련하여
두 가지 잘못이랄까 어리석음을 범하곤 합니다.
하나는 사랑이 아닌 미움에 머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 사랑이 아닌 인간의 사랑에 머무는 것입니다.
저는 너무 하찮은 이유로 미워하고 그런 미움에 머물곤 합니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워하는 것인데 그 작은 행위들이 일일이 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비록
그 분노와 미움이 크지 않을지라도 계속 작은 미움 안에 머무는 셈입니다.
어제는 이곳 수녀원 미사를 오기까지 내내 미움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담배를 피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전화하고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심지어 버스가 빨리 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며 미움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큰 미움이었다면 제가 그 미움을 즉시 알아채고 빨리 미움에서 벗어나겠지만
작은 미움들이었기에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미움 안에 머물렀던 겁니다.
이는 마치 유리창에 크고 진한 흙탕물이 묻어 있다면 즉시 알아채고 닦았을 텐데
작은 먼지가 쌓이니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그 상태로 놔두는 것과 같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랑에 늘 머물면 좋을 텐데 너무나 어리석게도
그 수없이 작은 기대와 바람 때문에 계속 작은 미움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 칙칙하고 불만스럽고 유쾌하지 않은 삶을 내내 살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볼 것은 인간의 사랑에 머무는 어리석음데 대해서입니다.
미움에 머물지는 않지만 인간 사랑에 머무는 것도 어리석음입니다.
물론 하느님 사랑을 생각지 않는다면
인간 사랑에 머무는 것을 어리석음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지요.
이는 마치 우리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 사랑에 머물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개를 사랑하고 개의 사랑에 머무는 것과 같은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개를 사랑하고 거기에 머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 거기에 머무는 것이 문제라는 점입니다.
이는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곳은 정자가 아니라 집인 것과 같습니다.
여행 중에 잠시 머무는 곳은 정자도 좋지만
잠시가 아니라 내내 머물러야 할 곳은 정자가 아니라 집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생 여정 중에 있습니다.
이 인생 여정 중에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 그 사랑에 머물기도 하는데
그 사랑이 다 나쁘지 않을 뿐더러 너무도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 그 사랑에 머물기도 하되 다만
우리가 영원히 머물러야 할 것은 하느님 사랑임을 잊지 않으면 되고
하느님 사랑에서 물을 길어 인간 사랑을 하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