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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저께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방송 프로에서 할머니에게 여쭸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관계는 어떤 관계인지.
그러자 할머니께서 “웬수!”라고 즉시 대답을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네 글자로 답하시라니까
그 프로의 사회자가 의도한 답은 일심동체였는데
“평생웬수”라고 대답을 하시더랍니다.
그때는 이 얘기를 듣고 많이 웃고 말았는데
오늘 묵상을 하다 보니 과연 원수가 무엇인지 생각게 합니다.

누가 원수입니까?
이름이 원수인 사람이 원수입니까?
날 때부터 원수인 사람으로 태어났습니까?
그래서 그는 누구에게나 원수인 사람입니까?
그래서 그는 누구에게도 은인일 수 없는 운명입니까?
나한테는 원수인 사람이 다른 누구한테는 은인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원수란 관계적인 것이고 상대적인 것입니다.

원수란 나를 힘들게 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나에게 고통을 주고,
한마디로 나를 불행케 하고 내 인생을 망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앞에서 얘기한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일생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어 불행케 만든 분입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평생원수라고 하시는 것을 보니
이제는 원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원수였고 지금도 여전히 애를 먹이는 원수이지만
이제는 공개적으로 발설할 정도의 원수이거나
그 원수를 가지고 희롱할 수 있을 정도로
원수 관계에서 어느 정도 또는 완전히 해방된 원수입니다.

사실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으로 치면
자식만큼 나를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자식 때문에 나는 불행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혹 자식 때문에 불행하더라도 자식을 원수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면
오늘 복음 말씀처럼 선하거나 악하거나 사랑하고
자신에게 자식이 잘 해도 사랑하고 잘 못해도 사랑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가 어떤 사람이든, 그가 나에게 어찌 하든 사랑합니다.
그가 어떠냐에 따라 사랑하지 않고,
그가 어찌 하느냐에 따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자식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부모이기에 자기 사랑의 주도권을 가지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완전한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은
사랑에 있어서 이러 하라는 말씀입니다.

상대가 선하기를 바라기에 악하고,
더 선하기를 바라기에 더 악하고,
이렇게 선하기를 바라기에 저런 선은 악이고,
잘 해주길 바라기에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상처를 받고, 애를 먹고, 고통을 당하고, 불행하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략 이러합니다.
그런데 어떻기를 바라지 않고,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지 않을 때 원수 없습니다.
어떻건, 어떻게 하건 사랑할 때 원수 없고,
그것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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