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기도하고 독서하고 묵상을 하는 이유를 나에게 물어보았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기 위한 일인지를 묻지 않고서는
무엇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며,
아버지의 이름과 나라와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내가 하는 어떠한 신앙의 행위도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하느님과 너와 피조물 안에서 관계를 살피고
내게 주어진 자유를 겸손하게 하느님의 손에 나를 내어 맡기려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이름과 내가 다스리는 나라와
나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명분으로
하느님과 너와 피조물을 이용하고 사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날그날의 여러 상황을 온전하고 평온하게 받아드리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시선 아래 두지 않는다면,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로 자신의 능력과 힘을 드러내려는 망상적인 자신의 이미지가
무의식과 의식 속에서 자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내면의 욕구들을 채우려는 교묘한 시도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땅,
편 가르기와 뒷담화의 도마 위에 놓여 있는 적들에게 가차 없이 칼질하는 땅
사람들의 평가에 자신을 묶어두고
자신을 높이고, 자랑하고, 과시하고, 우월한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충동들이
하느님 안에 있는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유혹에 빠지게 되면 모든 관심은 나에게만 집중된다.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을 가로막는 단절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과도한 탐욕이 저지르는 독점과 소유의 나라에서는
하느님과 너와 피조물과의 사랑의 질서는 파괴되고 오직 나만 남는다.
그렇게 되면 지독한 외로움 속에 공허감을 메우려고 행위 동시적 만족만을 찾아 헤맨다.
그것이 어둠이며, 지옥이며, 죄다.
유혹은 그 자체로 죄도 악도 아니다.
유혹에 빠졌을 때 악이 되고 죄가 된다.
유혹과 악은 내 안에 있다.
그것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야 한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