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속에서
초여름인가 늦은 봄인가
한낮은 덥고 조석엔 쌀쌀하다.
벌판은 온통 잔칫날 같다.
저토록 엄청난 초록들은 어디서 솟았을까
수도원 뒤뜰에 서있는
야들야들한 감나무 잎사귀엔 기름이 뚝뚝
어린 아이의 속살 같다.
신기한 초록들이 자꾸만 돋아나는 초록들의 축제
날을 듯이 부풀어 오르며
뭔가 못 견디는 몸짓들이다.
싱그런 아침
청순한 초록들을 바라보며
사춘기의 소년처럼 감정이 연유해져
이름 모를 슬픔이 자리를 잡는다.
살아있는 자연
살아있는 바람이
살아있는 나뭇가지를 흔든다.
나무들은 초록빛의 머리칼을 풀어헤치며
망설임 없이 바람을 맞아준다.
생명이란 기쁜 것
살아있다는 자각이 흠뻑 젖는다.
생명의 찬가를 소리 높여 부르는 초록바다에서
나도 따라 생명의 찬가를 부르다가 목이 메인다
아름다운 건 슬프다.
아름답고 행복한 슬픔이
벅찬 충족 속에서 조용하게 폭발하려고 한다.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죽어가는 자연과 생명들의 신음소리
아프고, 축 늘어진 몸
상처에서 흐르는 피
배고픔과 목마름
살육과 살생을 저지르는
인간들의 군상이 밉고
죽이는 문화 속에서 생명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