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된 선 - 추석 달처럼
사랑으로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적 생명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선이며 하느님의 거룩함이다.
선과 거룩함에서 나온 피조물은 신적 생명을 지니고 있으며
창조된 모든 영역에서 반사되어 우리가 발견하여 깨달을 수 있도록 하셨다.
이렇게 반사된 선물을 깊이 바라보는 것이 관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조물은 삼위일체 신적 생명이 육화된 실재이며 나의 존재도 거기에 속한다.
그러므로 더 나은 존재로 생각할 이유가 없다.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선으로 하느님의 거룩함을 관계 속에서 실현하는 것이
하느님의 통치에 맡겨진 인간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예수님과 사랑에 빠져본 인간이라면 그분처럼 사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통해 일하시는 영의 활동 안에서 우리는 육화를 경험하고
육화의 씨앗들이 꼭대기를 점령한 인간의 우월과 독점과 지배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모와 변화과정이 없다면 인간의 모든 종교활동은 의미가 없다.
인간의 탐욕이 지배문화의 기초가 되었다면
선은 관계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여 하느님의 내적 생명이 관계 안에 흘러가도록 돕는다.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법”(야고보 1,25, 2,12)으로 관계를 비추어 주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반사해 줄 수 있는 깨끗하게 닦인 거울을 지닌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살핀다.
그것이 믿음을 지니고 사는 우리의 일상의 삶이기 때문이다.
반사를 받아들인 사람은 원천의 그리움 속에 자신을 둔다.
영원한 거처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빛에서 빛을 받아 빛을 내는 사람들,
길에서 길을 만나 길이 되는 사람들,
추석 달이 아름다운 것은
빛에서 빛을 받아 빛나기 때문이다.
2022, 9, 10 추석 명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