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주인과 종의 관계를 이야기하시면서
종의 겸손을 말씀하십니다.
종이 주인의 분부를 따라도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종은 주인의 소유물이고
그래서 주인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소유물이기에 소모품처럼
어느 한 종이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면
주인은 다른 종에게 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만입니다.
여기에는 인간과 인간이라는 관계는 없습니다.
다만 분부와 그것을 따르는 것만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주인과 종이라는 단어 때문에
자칫 오늘 복음을 이런 관점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분부에 무조건 따라야 하며,
그것은 어떠한 보답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 복음을 읽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인과 종의 관계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서로 평등한 관계성이 없습니다.
종은 주인의 소유물이며 소모품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과 우리의 관계를
그렇게 보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수 많은 종들 가운데 한 명이 아닙니다.
다른 종으로 대체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한 명 한 명이 하느님께 소중한 자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하십니다.
그럼에도 주인과 종의 관계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종이 주인에게 속해 있는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께 속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자녀라는
소속감이 있습니다.
이것은 종으로서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구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하느님께 속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음성을 따르고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인은 자신을 위해서 종을 이용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뜻을 우리에게 전하십니다.
때로는 그 말씀이 지키기 어렵고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여느 주인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하느님께 속하려고 할까요?
그 소속감은 사랑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나도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속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 바탕에 사랑이 있음을 볼 수 있다면,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기 어려울 지라도
그 안에 잠시 머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종처럼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주님 찬미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