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의 평화
사실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이 참된 빛, 즉 참 된 진리는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하느님
도 감추어져 있다. 우리가 아는 하느님은 어렴풋이 알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이성
과 지성,감성, 상상력이든 무엇이든 육적인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
수님께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어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예수님께서도 달빛속에 감추어진 했빝처럼 그렇게 감추어져 있으시니 하
느님은 한마디로 말해서 신비이다. 알수없는 분이시다. 그래서 그러한 하느님께서 이 세상
을 창조하셨기에 그분에 의해서 창조되어진 피조물들도 그 참된빛이 감추어져 있다. 우리가
보통 피조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겉모습만을 보고 겉모습의 아름다움만을 보고 지나치기가
쉽다. 사실 그 뒷편에 있는 참된 빛을 보기란 쉽지가 않을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것
도 아니다. 이것은 공부해서 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영적으로 수준이 높아 어느정
도의 경지에 다다라야 할 단계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래서 난 이번에는 피조물들을 통해
서 그 속에 감추어진 참된 빛이 있음을 보게 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는 수
많은 피조물들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내가 가장 감동있게 감격스럽게 묵상을 하게 된것이
바로 나무. 즉,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이다. 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나에게 많은것을 가
르쳐 주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수도생활을 깨우쳐준 스승이기도 하다.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나에게 깨우쳐준 진리는 이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그 나무
는 크고 웅장하고, 한자락의 바람에 많은 씨앗들이 온 세상에 흩어지고, 수 많은 탐스러운
열매들이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수 많은 나뭇잎들을 떨어뜨려 땅에 거름이 되게하여
새로운 생명들을 창조하게끔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 어떤 누가 봐도 이 나무는 훌륭한 나무
이며, 흠 잡을 때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 나무는 바람이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아서
이렇게 생각한다." 내 능력으로, 내 재능으로 내 힘으로 내 실력으로 씨앗을 퍼뜨리고, 나뭇
잎들을 떨어뜨리고, 열매들을 낳아준다" 고 생각한 그 나무는 실로 너무 어리석은 나무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에 좋은것 들을 기여하고 생명을
나누어 준다고 하지만 그 나무는 정작 꼭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다. 그 나무는 어리석은
나무이다. 그리고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 나무는 작고 볼품 없으며 많은 씨앗도, 나뭇
잎도 날리거나 뿌리지도 못한다. 그리고 탐스러운 열매도 많이 맺지를 못한다. 그 누가 봐도
정말 볼품없지만 그 나무는 정작 중요한것을 깨달아 알고 있다. 비록 바람이 보이지가 않고
잡히지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능력, 재능, 힘, 그 모든것들이 전부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는 것을 보이지 않는 바람이 자신을 흔들게 하고 있고,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그 나무는 명
백히 깨달아 알고 있다. 그 나무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나무이다. 사실 우리들은 한자락의 바
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다. 그 누가 박사학위 몇개가 있고, 그 누가 봐도 흠잡을 때가 없이
훌륭하고 지혜롭고, 뛰어나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그분의 음성이 내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내 능력,재능,힘으로 스스로 살아간다고 생각
하고 믿는다면 그 사람은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정작 꼭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었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배운것도 없고, 일
도 잘하지도 못하고 그 누가 봐도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것을 알고 있다.
그 모든 일에 있어서 자신의 힘, 능력, 재능이라는것은 없다. 모든것은 하느님의 것이고,
하느님께 다시 되돌려 드린다. 그리고 자신의 것으로 남겨두는 것도 없다. 그는 진정으로
가난하다. 하느님의 나라가 그에게 와 있다.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 겉모습 뒤에는 참된 빛이 비치고 있다. 그 참된 빛이 나를 비춘다. 나는 그 빛을 받고
참된 진리와 지혜를 배운다. 하느님께서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고
해서 나 스스로 행한것이라고 믿어 왔던 수 많은 날들을 반성하고 뉘우치게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마치 어두움속의 달빛 저너머에 했빛이 찬란히 비추고 있듯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도 나를 그렇게 비추고 우리들을 비추고 있다. 그 뒷편에 감추어진 진리가 나를 비춘다.
그 감추어진 진리가 참된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