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도는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어 여러분이 그분을 알게 되고,
여러분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여러분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그분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여러분이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또 그분의 힘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를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는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 신자들을 위해
어떤 기도를 어떻게 했는지 얘기하는 내용인데,
한마디로 줄이면 에페소 신자들이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신자들이 하느님을 알게 되고,
신자들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알게 되고,
신자들이 받게 될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알게 되고,
하느님의 힘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를 알게 되기를 비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렇게 비교하면 좋은 비교가 될 것입니다.
신자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신자들이 로또에 당첨되고,
신자들이 사법고시에 붙게 되는 것과 비교하는 것.
저는 저에게 이런 기도를 부탁하면
한 번도 그렇게 기도해드린 적이 없고,
제가 내용을 바꿔 주님이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라거나
주님이 보시기에 지금 그에게 가장 좋은 것과 필요한 것을 주시라고 빕니다.
다시 말해서 그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보시기에 그에게 좋은 것,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보시기에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
그것을 주시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이렇게는 기도합니다.
신자들이 건강하게 되고,
신자들이 취업하게 되고,
신자들이 합격하게 되고,
신자들이 자녀를 얻게 되기를.
사실 현세를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이런 기도는
해도 되고, 좋은 기도라고 할 수 있으며, 적어도 나쁜 기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기도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 바오로 사도의 기도에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진정, 우리의 기도는 나를 위한 것이건, 이웃을 위한 것이건,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현세 행복만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현세와 내세의 행복을 모두 아우르는 기도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 바오로 사도의 기도가 바로 그 기도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습니다.
되는 것보다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니,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이 참 행복이고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하느님께서 내 생명의 시작이요 마침이심을,
다시 말해서 나를 살게도 하시고 죽게도 하시는 분이심을,
나를 이 세상에 살게 하시고 저세상까지 이끄시는 분이심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지식이 어떤 것보다 소중함을 깨우침 받는 오늘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