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여러 얼굴이 있습니다.
착하고 선한 사람에게 후하게 상을 주는 후덕한 사랑이 있으며,
불의한 사람에게 벌을 주어 회개하게 하는 정의로운 사랑이 있고,
잘못한 사람을 바로 응징치 않고 참아주는 너그러운 사랑이 있으며,
이웃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는 동병상련 또는 연민의 사랑이 있고
죄인의 악을 마음 아파하고 회개하였을 땐 용서하는 자비로운 사랑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완전하여 이 모든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은 우선 아파하십니다.
그런데 우리의 고통에 대해서도 아파하시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죄악에 대해서 더 아파하십니다.
고통은 고통을 통해 하느님께 오히려 나아가게 하는 측면이 있지만
죄악은 자유의지로 하느님을 거스르고 떨어져 나가는 것이기에
하느님은 인간의 고통보다 죄악을 더 마음 아파하십니다.
사실 육신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고통이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게 하기에 구원에 유익하지만
죄악은 하느님을 거부하고 자비를 청하지 않기에 구제 불능입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복음의 자캐오는 다른 죄는 지었을지라도
하느님의 자비를 갈망하는 면에서는 죄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다 죄인입니다.
다만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죄인과 자비를 청하지 않는 죄인이 있을 뿐이고,
죄를 뉘우치고 용서받는 자캐오 같은 죄인과
죄 없다고 생각하여 용서받지 못하는 바리사이 같은 죄인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어떤 죄인들인지,
자캐오처럼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고 그래서 자비를 입는 죄인들인지
죄 없다고 딱 잡아떼다 자비 밖에 있는 죄인들인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