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 다음
처음으로 성전에 들어가십니다.
성전에 들어오셔서 가장 먼저 하신 것은
기도도 설교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물건 파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그 모습 때문에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정합니다.
성전 안에서 물건을 파는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원래 목적인 기도와 설교가 중심이 아니라
제사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장사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물건을 팔게 된 배경에도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제물을 준비하기에 편리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백성의 지도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예수님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예수님을 없애기로 결심합니다.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종종 관계를 끊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대화로
각자가 원하는 것의 중간 지점을 찾기 보다는
관계 단절로 나아가는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물론 대화를 이어갈 힘이 충분하지 않고
상대방과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평소에 경험했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신경 쓰고 싶지 않고
관계를 멈추게 됩니다.
나의 상처,
대화를 이어갈 힘의 부족,
이것을 잘못이나 문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가급적이면
극단적인 선택만은 멈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결국 무죄한 예수님을 죽이게 됩니다.
그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택에 있어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결정을 보류하는 것이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박자 쉬어가는 것은
상대방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속도 조절일 수 있습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의 대화 안에서
어떤 선택이 좋을지 고민한다면
하느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더 좋은 것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