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성전이 허물어질 것을 예고하십니다.
사람들은 화려하게 지어진 성전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은 끝이 있습니다.
끝이 있다는 것은
저주의 결과도 아니고
무엇인가 잘못한 것의 결과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피조물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시작이 있고 마침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자연의 섭리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끝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나 지금의 상태에 머물어 있기를 원합니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급기야 끝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물론 마지막을 생각한다는 것은
힘듦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육체의 죽음은
지금까지의 모든 관계가 끊어지는
이별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애틋한만큼
이별은 쉽지 않습니다.
그 고통을 미리 맛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벌써부터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그 고통을 앞당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삶은
한계를 생각하지 않는 삶은
자칫 내가 신인것처럼 생각하게 합니다.
문제는 그 생각의 끝이
하느님 거부에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신이 되는 순간,
더 이상 하느님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의지적으로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한계가 없는 나는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함부로 대합니다.
심지어 나 자신까지도 함부로 대합니다.
마지막을 생각하는 것은 괴롭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언젠가는 마지막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한계를 지닌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도 벅찹니다.
우리의 노력, 우리의 힘만으로
그 괴로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우리의 한계를 고백하고
한계에서 오는 고통을 그분께 호소할 수 있을 때
마지막은 더 이상 부정적인 것으로만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분의 사랑을 믿고
그분과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