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사랑이 그 사람 안에서 완성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일까요?
다른 사람이 짓다 만 건물을 내가 마저 완성하고,
다른 사람이 찬 골이 골대 맞고 튀어나온 것을 내가 집어넣는 것처럼
결핍이나 결함이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내가 완성하는 그런 뜻일까요?
하느님의 사랑은 충만하여 그 한 방울로도 우리를 충만하게 하고,
하느님의 사랑은 완전하여 아무 결함이 없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지요.
그렇다면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완성된다는 것은 어떤 뜻이겠습니까?
씨로 치면 열매를 맺는 것,
약으로 치면 병이 낫는 것,
말씀으로 치면 들은 대로 실천하는 것,
사랑으로 치면 사랑이 거부되지 않고 받아들여지는 것,
그래서 사랑받은 사람이 그 사랑으로 행복해지는 것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씨를 소중히 여겨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까지 맺는 것,
하느님께서 주신 약을 소중히 여겨 매일같이 빠트리지 않고 먹어 병이 낫는 것,
하느님이 하신 말씀을 소중히 여겨 마음에 간직할 뿐 아니라 실천까지 하는 것,
하느님의 사랑을 모든 것보다 사랑할 뿐 아니라 그 사랑을 받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하느님 사랑이 내 안에서 완성되는 것일 겁니다.
여러분도 그런 적이 많으시겠지만, 저의 경우
제 딴엔 사랑한다고 했는데 그에겐 사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사랑이 불완전하여 사랑의 말이 충고가 아니라 잔소리로 받아들여지고,
강요로 받아들여지곤 하는데 제 사랑에 가난과 겸손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달리 말하면 제 사랑에 욕심이나 교만의 불순물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이 불완전할 리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아무 욕심과 교만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사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하느님 사랑이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랑의 불완전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하느님 사랑보다 다른 사랑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거나
하느님의 은총을 사랑이 아닌 벌로 오해하기 때문이거나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욕심과 교만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서 세상 욕심과 교만을 비우는 것은
우리 안에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되는 첫걸음이겠습니다.
그런 다음 세상 욕망을 하느님 갈망과
이웃 사랑의 열망으로 바꾸는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그러나 욕심과 교만을 우리 안에서 비우는 것도,
욕망을 갈망과 열망으로 바꾸는 것도,
우리의 의지적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은총이 필요한데
은총이 필요하다는 겸손한 의지를 우리가 지닌다면
하느님의 은총이 햇빛처럼 우리의 의지를 감쌀 것이고,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완성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