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자비로운 아버지와 두 아들의 얘기입니다.
이 복음을 오늘 저는 몇 가지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작은아들이 아버지 재산에서 자기 몫을 달라고 한 점입니다.
작은아들이 꼭 자기 몫을 챙겼어야 했나 하는 점입니다.
돌아온 작은아들을 받아들이고 잔치까지 베푼 것에
화를 내는 큰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하지요.
"내 것이 다 네 것이 아니냐?"
이런 아버지의 생각처럼 작은아들도 그렇게 생각하면 좋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아버지의 것이 다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다 아버지의 것이 되면
좋을 텐데 왜 굳이 자기 재산을 따로 챙기는 것일까요?
내 맘대로 하고 싶어서?
둘째로, 작은아들이 먼 고장으로 떠난 점입니다.
요즘 자식들이 시집 장가 가도 부모 곁에 집을 마련하여
왕래하고 또 아이들 돌봄도 받고 하는 것처럼
아버지와 분가하더라도 옆집으로 분가하거나
멀리 가더라도 가까운 도시로 갈 수 있었는데
왜 굳이 그리 멀리 멀리 간 것일까요?
아예 관계를 끊고 상관을 않고 살겠다는 것인데
왜 그렇게 관계를 끊으려고 한 것일까요?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지 않았느냐?"라고 큰아들에게 한 말처럼
늘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버지와 그러니까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이 좋지 않았던 걸까요?
왜 굳이 그리 멀리 간 걸까요?
내 맘대로 하고 싶어서?
아버지 간섭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싶어서?
아마 그랬을 겁니다.
자기 몫 챙긴 것,
먼 고장으로 떠난 것,
둘 다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내 맘대로 살고 싶어서일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떠난 것인데
결과는 아버지의 자비를 떠난 것입니다.
작은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자비가 간섭이었고,
맘대로 할 자유의 침범 또는 제한일 뿐이었을 겁니다.
우리 인간은 이렇게 자유와 사랑이 충돌합니다.
자유 때문에 사랑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고
자유롭기 위해서 관계를 거부하고 자비도 거부합니다.
그래서 이 사순 시기,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관계보다 고립을,
사랑보다 자유를 더 사랑하는 내가 아닌지 돌아보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