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에페소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그리고 복음에는 한때 어둠이었지만,
이제 지금은 빛의 자녀가 된 사람 태생 소경의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오늘 사순 제4주일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한때 어둠이었는가?
한때 어둠이었다면 그것은 지금은 어둠이 아니라는 얘기이니
다시 그러면 나는 지금 어둠이 없는가? 빛인가?
또는 이렇게 자문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둠을 통과한 빛인가?
복음을 보면 두 부류가 있습니다.
어둠을 통과한 태생 소경과 바리사이를 비롯해 아직 어둠 가운데 있는 사람들.
태생 소경은 자기 뜻이 아니지만, 어둠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뜻밖에도 어둠을 벗어날 수 있었고, 빛의 자녀로 태어났습니다.
뜻밖이란 자기 뜻이 아니란 말입니다.
소경이 된 것도, 자기 뜻이 아니고, 보게 된 것도, 자기 뜻이 아닌 은총입니다.
어둠도 누구의 죄나 탓이 아닌 은총이고,
다시 보게 된 것도 누구의 공로가 아닌 은총이라는 말입니다.
바리사이는 태생 소경이 죄인이기에 그리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완전히 죄 중에 태어났으면서”라고 모진 말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빛이신 하느님께는 어둠 또한 어둡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편 138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어두움 그것마저 당신께는 어둡지 않아
밤 또한 낮과 같이 환히 밝으며 캄캄함도 당신께는 빛과 같으오리다.”
소경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주님과 만나며 빛 가운데 있게 되었고,
자신만 볼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이제 하느님의 빛이 되었습니다.
이 상태를 에페소서의 바오로는 “주님 안에 있는 빛”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은총으로 어둠을 통과해 볼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세상을 비추는 주님 안의 빛이 되었지만
그 은총을 차버리고 곧 주님 밖으로 나가면 이내 어둠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순 제4주일에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한때 어둠이었다.
나는 주님 안에서만 빛이다.
나는 바리사이들처럼 볼 수 있으니 소경이 아닌 것이 아니라
한때 어둠이었고 주님 안에 있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어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
내가 어두워 세상도 어둡게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