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는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사도들 말고는 모두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
한편 흩어진 사람들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씀을 전하였다.“
오늘 사도행전이 얘기하는 초대교회 상황은 그야말로 ‘격동’, ‘격변’입니다.
그리고 격동과 격변으로, 교회 상황은 바람 앞의 불과도 같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계속 가면 교회는 망할 것 같습니다.
모두 흩어졌다고 하는데, 모두 흩어지면 교회는 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두 가지 때문에 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는 사도들은 흩어지지 않고 예루살렘에 남아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흩어진 사람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말씀을 전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사도들이 흩어지지 않고 예루살렘에 남은 것을 보겠습니다.
사도들도 나중에는 로마로 가고 곳곳으로도 가겠지만
당분간은 예루살렘을 딱 지키고 있습니다.
동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들은 어떻게 이렇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하느님을 믿고 주님의 사랑을 믿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고통과 죽음이 닥칠지라도 변함없는 주님 사랑을 믿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주님이 돌아가신 최악을 이미 경험했고,
죽음에서 다시 살리신 하느님 부활 능력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격동의 상황에서는 동요하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우리에게 있어야 하고,
그 동요 없음이 하느님께 대한 믿음 때문임을 구성원들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박해 때문에 흩어진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것을 보겠습니다.
그런데 흩어진 신자들이 오히려 하느님 말씀을 전한 것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습니까?
그것은 단순합니다.
흩어졌어도 그들이 하느님 말씀을 간직했기 때문입니다.
뒤집어보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하느님 말씀을 놓치거나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때 피난 가는 그 급박한 상황에서 모든 짐을 다 놓고 떠나도
가장 소중한 것 하나만은 갖고 떠나듯 신자들은 말씀을 간직하고 떠난 겁니다.
이렇게 신자들이 흩어지니 하느님 말씀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갑니다.
싸우고 결별하고 절망하고 흩어졌다면 교회는 망하고 말았을 텐데
박해 때문에 흩어지고 말씀을 안고 떠나니 복음이 전파되었습니다.
이것을 보는 우리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봅니다.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퍼지는 놀라운 섭리 말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도 처음에는 흩어지는 것이 퍼지는 것인 줄 몰랐을 겁니다.
자기들이 흩어지는 것이 복음이 선포되는 것인 줄 정녕코 몰랐을 겁니다.
처음에는 흩어져 자기들 신앙이나 간직하고 살려는 마음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말씀을 간직하고 있으니 땅속의 씨가 한참 뒤 싹을 틔우듯이
말씀이 싹이 돋고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간 것입니다.
우리나라 박해 때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박해 때문에 피신한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었고,
우리 신앙이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말씀을 간직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 사랑을 믿는 것,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복음을 전파하는 것
이것이 신앙 공동체요 부활의 공동체임을 오늘 초대교회에서 배우는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