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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야곱의 꿈(Jacob's Dream, 1960-1966)

   가 : 마르크 샤갈(Marc Chagal, 1887-1985)

   기 : 캠퍼스 유채, 195X278cm
소재지 :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국립 미술관[Marc Chagall National Museum(Chagall Biblical Message)]


야곱은 이스라엘 3대 족장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중 마지막 족장이다.

지난 렘브란트의 작품을 통해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관계 설정을 해 보았다.

이어서 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사는 구약 성서의 근간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야곱은 다음 성서 말씀처럼 신앙적 표현의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창세 32,29)

"네 이름은 야곱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다." (창세 35,10)

창세기 25장 19-34에 야곱과 에사오의 성장 과정이 설명되고 있는데 에사오는 사냥으로 살고 야곱은 성격이 온순해서 집에서 농사하며 살았다.

어느 날 사냥에서 돌아온 에사오가 시장기를 느껴 동생 야곱이 끓이고 있는 붉은 죽을 좀 달라고 하자 교활한 야곱은 떡과 불콩죽을 주며 에사오의 장자권을 샀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넘긴 우둔한 에사오는 자기가 속은 것을 알고 야곱과 원수가 되어 교활한 동생 야곱을 죽이려 하자 야곱은 정처 없이 떠나게 된다.

에사오의 불같은 분노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다 지친 상태에서 잠이든 야곱에게 천사들이 하늘을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처지가 하느님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보호받고 있음을 알고 희망을 되찾게 된다.

야곱이 혼자서 작은 괴나리봇짐 하나를 챙겨 피곤한 몸으로 어머니 고향인 하란을 향하고 있다.

형을 속여 장자권을 탈취했던 야곱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재앙이었다.

친구 하나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날이 저물자, 눈에 띄는 돌을 베게 삼고 피곤한 몸을 쉬게 된다.

아비와 형을 속이고 하늘을 속인 야곱은 그가 한 행동의 벌로서는 합당하면서도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가 자기 형 에사오를 속여 장자권을 뺏으면서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받은 축복을 상기하면 참으로 자신의 처량한 현실이 견딜 수 없게 만든다.

“뭇 백성은 너를 섬기고 뭇 족속들은 네 앞에 엎드리리라.
너는 네 겨레의 영도자가 되어 네 동기들이 네 앞에 엎드리리라.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에게 복을 빌어주는 사람은 복을 받으리라.”
(창세 27,29)


이것이 아버지가 준 축복이었는데 지금의 처지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정처 없이 쫓기는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이런 슬픈 생각에 지쳐 그는 돌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는데 거기에서 꿈에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야훼께서 그의 옆에 나타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야훼, 네 할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요, 네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이다.…
땅에 사는 모든 종족이 너와 네 후손의 덕을 입을 것이다. …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어줄 때까지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
(창세 28,13ㄱㄴ.14ㄴ.15ㄴ)


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야곱의 처지는 일변된다.

형의 분노를 피하고자 도망치던 처지에서 다시 하느님의 축복받은 인간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가 베고 자던 돌베개는 그대로 신성한 돌이 되고 그 자리는 하느님의 집이라는 뜻의 베텔이 되었다.


야곱은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에 베었던 돌을 가져다 기념 기둥으로 세우고 그 꼭대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고는 그곳의 이름을 베텔이라 하였다. (창세 28,18-19ㄱ)



야곱의 인생을 바꾼 이 꿈은 참으로 희망의 꿈이었다.

자신의 과오로 잃은 모든 것을 다 보상받고 새로운 신분으로 태어나는 꿈이었다.

거듭되는 절망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유대인들의 잡초 기질처럼 어떤 시련 속에서도 일어나게 만드는 종교적 근간을 설명하는 바탕이 바로 이 꿈이 되었다.

이것은 또한 오늘 유대인들이 여러 잡음 속에서도 이들의 정신적 기량이나 다른 민족들과 비길 수 없는 탁월한 사회 영향력을 설명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로도 볼 수 있다.

이것과 함께 그 과정의 설정이 너무 친근하면서도 대중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라 마치 우리들의 민담인 흥부 놀부나 장화홍련전처럼 이스라엘 사람들 어떤 계층에게도 감동과 교훈을 줄 수 있는 민담 수준의 내용이었다.

작가는 바로 이 꿈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문제를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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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좌우의 색 대비가 분명하다.

그림 왼쪽 바탕은 보라색, 오른쪽은 청색이다.

왼쪽이 밤의 형태라면 오른쪽은 새벽녘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고달픈 인생을 돌베개에 의지하고 자던 야곱의 꿈 이야기는 밤에서 시작해서 새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점으로 작가는 이분법적 표현으로 작품을 전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특별한 표현은 고단하게 잠자는 야곱을 서 있는 사람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이것은 야곱의 처지가 잠을 자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고 언젠가 도망갈 준비를 해야 하는 불안정한 처지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한마디로 잠자리조차 돌베개를 베고 누운 것 못지않게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였음을 알리고 있다.

하느님의 뜻을 벗어나 양심도 팔아먹고 자기 이익을 챙긴 인간이 느낄 심사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야곱은 선 채로 잠을 자면서 한눈은 감은 체 한눈을 실낱처럼 뜨고 자기 주변을 오르내리는 천사들을 지켜보고 있다.

야곱은 경황없는 상태, 더없이 침체된 심리 상태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눈길을 거두지 않는 신앙인임을 보인다.

 야곱의 몸이 붉은색으로 칠해진 것은 야곱이 죄로 물든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우직한 자기 형을 등쳐 장자권을 뺏을 만큼 교활한 그가 하느님의 사랑과 보호를 받는 존재로 변화될 수 있었던 비결을 알림으로 회개라는 크리스천 삶의 근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도망치던 여정은 그가 하느님의 도구로 변모될 수 있는 정화의 시기였으며 그가 당시는 죄인이었던 자기 정체성의 표현으로 붉은색을 사용했다.

야곱이 실낱같은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는 사다리는 야곱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희망에의 초대로 볼 수 있다.

천사들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종횡무진으로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세상을 하느님께로 연결하고 있다.

이 사다리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한 크리스천 교부들은 이 사다리를 성당의 개념으로 이해했다

즉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성당의 의미는 바로 이 사다리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였기에 바로 야곱이 꿈에서 본 이 사다리는 영적 의미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성당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하느님이 인간 삶에 필요한 힘과 지혜를 줄 수 있는 장소로서의 성당을 표현하고 있다.

초세기 교회 교부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과 인간의 사랑을 갈망하는 하느님이라는 너무도 감동적이면서도 선 듯 이해가 가지 않는 관계를 설명했는데, 야곱이 천사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본 것을 바로 성전에 대한 상징적인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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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슬픔과 불안이 천사들의 출현으로 시작되는 새벽의 상징과 같은 부분이 다가오면서 야곱이 축복의 인간으로 변모되는 희망이 드러나게 된다.

가진 것을 다 잃고 너무도 불안하고 허탈하던 야곱은 사다리를 통해서 천상과 연결되어 천상의 기쁨을 누리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작가는 여기에서 유대인으로서 한계를 극복한 그의 폭넓은 신앙을 표현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구약적 사고에 집착하면서 신약을 거부하는 것과는 달리, 작가는 놀랍게도 이 자리에 십자가를 둠으로써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다리 사건과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연결했는데, 이것은 유대인으로서 대단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십자가 아래에는 성조 아브라함이 자기 아들 이사악을 봉헌하고자 칼을 드는 장면을 통해 구약과 신약의 연결 고리를 자연스럽게 설정하고 있다.

아브라함 이사악이 십자가의 그리스도로 연결되는 신앙의 자연스러움과 일관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교활한 야곱이 범했던 모든 죄와 실수를 용서하시면서, 야곱의 앞날을 지켜주시고 그의 후손을 보호해 주시리라는 하느님의 약속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서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이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생전에 다음과 같은 자주 표현했다.


“나는 아주 젊을 때부터 성서적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마치 나의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감동적인 시처럼 내 마음을 생명의 불꽃으로 키우고 있었다.”


작가는 유대인이지만 유대교의 편협함에서 해방된 사람이기에 엄격한 의미의 유대교인은 아니었으나 성서에 대한 그의 사랑과 작가의 위의 고백처럼 자기 작품에서 이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을 바라 야곱의 사닥다리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성서 전문가들은 야곱의 꿈에 등장하고 있는 이 사다리를 하느님과 야곱을 연결하고 있는 관계성의 확실한 상징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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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사다리 위쪽 끝에 천사는 사다리의 끝부분에 옆구리를 찔린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을 때에 그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린 일과 병행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 예수의 희생은 이 그림에서 이삭의 희생과 병행되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 칼을 든 아브라함과 그 앞에 장작 위에 누워 있는 이삭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삭의 희생은 예수의 십자가에서의 희생과 연결되고 예수의 십자가는 다시 사다리와 연결되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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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다리와 예수님이 달려 죽은 십자가는 인류 구원을 위한 새로운 상징이다.

천사들이 내려온 사다리는 인간들을 하느님께로 올리는 새로운 길로 연결된 것이다.

작가는 유대인이었으나 유대교의 편협성을 극복하고 구약의 역사를 신약과도 연결할 수 있는 큰 그릇의 유대인이었기에 크리스천들에도 감동을 주는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처럼 “구약에 신약이 숨어있고, 신약에서 구약이 드러난다(In Vetere Novum lateat et in Novo Vetus pateat)는 확 트인 시원한 진리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는 초현실 작가이면서도 너무나 따스하게 색채를 사용했기에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면서 난해한 작품을 너무도 정감있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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