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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천사들에 둘러싸인 성모자(
Regina Angelorum, 1900)

   가 : 윌리암 아돌프 부그로(William-Adolphe Bouguereau, 1825-1905)

   기 : 캠퍼스 유채, 195X285cm
소재지 : 프랑스 파리 프리 팔레 미술관(Petit Palais)



1936년 창간되어 시사 교양 잡지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라이프 잡지는 텔레비전 등의 매체의 발달로 인해 쇠퇴를 거듭하다가 2007년, 71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폐간되었으나, 많은 사람에게 시사 잡지로서의 문화와 교양에 관한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예언적 역할을 했는데, 이 잡지에서 아름다움의 선험적 차원이라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내용은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는 후천적 교육의 영향에 의해 형성되는지 아니면 인간 의식 안에 아름다움의 인식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인데, 이 글을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은 후천적 교육이나 경험 못지않게 인간 안에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인데, 이런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5살 정도의 유아들 앞에 많은 인물 사진을 펼쳐두고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잡도록 유도했을 때, 많은 아이들이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 작품이나, 아니면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회화를 잡는 것을 보고 인간은 태어날 때 선험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다는 결론을 지었는데, 사실 이것은 역사에서도 증명되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미, 즉 아름다움 그 자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인간들에게는 본래 아름다움에 대한 강렬한 사랑과 관심이 있는데 이것을 플라톤은 ‘에로스(eros)’라고 부르면서, 오늘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관능적인 차원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신적인 사랑으로, 광기에 가까운 강렬한 충동이라고 주장했다. 



플라톤은 여러 세파에 시달리는 “인생이 만약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간이 아름다움을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고, 이 이론은 교회 안에도 부담 없이 수용되어 성 아우구스티노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면 우리들은 무엇을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을 제시하면서 아름다움이야말로 사랑의 길을 가는 첩경이라고 강조하셨다.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어떤 안락함이 아닌 삶의 본질인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제시했다.



아름다움은 ‘좋다’, ‘선하다’와도 연결되면서 도덕성과 연관되는 것이라 주장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미의 대이론에서부터 서구적 미학론이 영글고 교회 역시 이것을 부담 없이 수용하여 성미술에도 활용하였다.





작가는 이런 이론에 전적으로 심취해서 자신의 신앙을 아름다움이라는 차원에서 수용해서 작품을 남겼다.




미의 대이론과 같은 사고방식은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서구인의 의식을 강력하게 지배했으며 자연스럽게 교회 성미술에도 도입되었고 이것은 이런 미의식의 표현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환영을 받으며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작가는 경건한 가톨릭 신자로 성장하면서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아카데미 회화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친 후 4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뒤 프랑스에 돌아와 신화와 알레고리를 그린 그림들로 크게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 프시케와 에로스 같은 신들에 대한 것과 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알레고리를 작품화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큰 관심과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매우 정교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실적 표현과 감상적인 주제의 표현으로 관람자들에게 큰 매력과 감동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인기를 얻은 후 작가는 가톨릭 신자답게 파리의 여러 성당에 작품을 남겼으며 라파엘 전파의 양식으로 많은 작품을 그렸는데 그의 작품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도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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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모님이 여러 천사의 옹위를 받으시며 옥좌 앞에 서 계신다.

이 옥좌는 중세 성화에서 자주 사용되던 성모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이기도 했다.

옥좌(Majesta)는 당시 존경을 받던 인물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여기에서는 성모님과 예수님을 최고로 칭송하는 기법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천사들의 옹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데 중세기 성화와 다른 점은 중세기는 철저히 하느님의 아들 예수와 하느님의 어머니로서의 성모님을 드러내기 위한 여러 상징을 사용하면서 관람자를 성모자가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했다.




먼저 두 분은 다 후광을 두르고 계시며 또한 예수님이라면 수난의 상징인 석류나 다른 상징이 있게 마련이고, 손 역시 축복의 몸짓이, 다른 자세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전혀 그런 모습이 없이 고귀한 존재로서의 모습만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당시 고귀한 모습의 인물들로서 드러내면서 플라톤 이론처럼 “아름다움은 곧 비례다”라는 이론을 핵심으로 하는 미학론의 관점에서 성모자를 드러내고 있다.



보통 성화는 성서의 내용으로부터 시작해서 설명되는 데 반해 여기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형성된 미학의 관점에서 성모자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것은 신앙의 표현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 바로 위로부터 내려오는 표현의 신앙이 아니라 삶의 현실에서부터 위로 올라가서 하느님께 이르는 것으로 전통적인 관점에서 설명되기 어려운 분 특히 성모자와 우리 사이의 친근감을 훨씬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관점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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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자를 옹위하고 있는 천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두 명의 천사가 성모자를 향해 향을 올리는 자세는 중세의 표현이나 모든 천사가 신적인 존재라는 관점보다는 그 아름다움에 있어 너무도 완벽한 모습으로 표현되면서 우리에게 더 친근한 존재로 부각해 삶의 현실에서부터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성모자 주위를 옹위하고 있는 여러 천사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자세와 용모를 부여하면서 날개를 단 이들은 다 천상적 존재임을 알리고 있으나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은 너무도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천사들은 모두 무릎을 꿇거나 성모자 주위를 둘러서 자기들과 다른 인간적인 존재에 불과한 성모자이지만 이들이야말로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며(루카 1,28) 예수님의 세례 순간 하늘이 열리며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 그분은 “내가 사랑하는 아들, 마음에 드는 아들”(마태 4,16)이라는 말씀을 상기시키듯 이들은 고귀한 하늘나라 옥좌에 앉아 있다.



중앙에 앉아 계신 성모님의 망토는 감청색으로 당시 최고로 값진 안료이기에 이들의 신분의 고귀함을 표현하며 망토에 수놓아진 금색의 무늬는 그들의 영광을 더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 당시뿐 아니라 오늘 현대인들에게 신앙의 내용을 훨씬 더 체험적인 차원에서 만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이것은 성화가 경배의 대상만이 아닌 감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 같은 아쉬운 인상도 줄 수 있으나 선앙을 현실적 체험으로 정착시키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인 차원이다.




감상의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신앙 체험의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



성모자와 천사들은 서로 다른 표현으로 하늘나라의 풍요성을 전하고 있다.



성모님은 감청색 옷에 빈틈없이 금으로 수놓은 중후한 옷을 입고 아기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여 주시는 방면 이들을 옹위하는 천사들은 밝고 상쾌한 흰색의 옷차림으로 성모자를 옹위하면서 천사들의 모습에 드러나는 완벽한 미의식을 갖춘 천사들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상쾌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과거 중세기 성화가 주지 못했던 인간적인 매력을 통해 하느님의 향하게 만드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완벽히 갖춘 천사들이 성모자에게 더없이 향기로운 향을 바침으로써 천국과 세상 하느님과 인간들 간의 연결고리가 잘 드러나고 있다.




성모님이 안고 계신 아기 예수님 역시 너무도 평범하고 귀여운 건강한 아기의 모습임을 통해 작가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라는 신앙 표현을 더 없이 인간 냄새가 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어느 시대 너무 외형적 아름다움의 강조로 철학이 빈곤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아름다움의 표현이 바로 하느님을 찾는 길이란 관점이 여전히 있기에 시들지 않는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다.



성화가 경배의 대상만이 아닌 장식 요소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좀 찜찜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성화의 가치가 굳이 교회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보다 세상 어디서나 비록 교회가 아닌 장소에서 표현되는 것도 인간 안에 있는 미에 대한 선험적 차원을 인정한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신경 미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많이 알수록 아름다움을 더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과거 성화가 신앙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표현했다면 작가처럼 인간의 선험적 미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은 거룩함의 표현에 좀 미흡할 수 있다는 구분보다는 오히려 과거 표현하지 못했던 더 풍요로움을 준다는 긍정적 관점으로 받아들인다면 신앙의 풍요로움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여러 관점에서 아름다움의 표현을 삶의 의미 실현에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실에서 위에서 내려오는 재래식 교리 위주의 설명보다 오히려 인간의 선험적 미의식의 접근을 통해 하느님께로 오르는 방법은 우리의 신앙생활에 밝은 생기를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작가는 동정녀와 그가 안고 계신 아들 예수가 얼마나 복되고 거룩한 존재인지를 성서 구절 하나도 인용함 없이 인간이 지닌 선험적 미의식과 당시 사람들을 매혹시키던 그리스 조각의 비례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이 작품은 제작할 당시 온 유럽 작가의 작품에 대단한 찬사를 보냈으며 1900년대까지 유럽 화단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로 인정받아 그의 작품은 천정부지의 가격으로 팔렸으며 신앙의 차원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오늘 명품 하나씩을 준비하는 풍조처럼 유럽과 북미의 많은 가정에 퍼지게 되었다.

중간에 한번 인기가 떨어지기도 했으나 현재 전 세계에서 백 개 이상의 미술관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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