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3.04.30 10:52

할머니와 샘

조회 수 20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샘물처럼...

 

어린 시절, 세상에 대해 처음으로 제 의식에 자리잡은 것은

다름아니 '동재기 능말'(4-5살 무렵)이라는 곳의 할머니와 샘터이지요.

마을의 맨 위에서 두번째 집이었던 저희 집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샘물이 솟아나는 맑고 작은 샘터가 있어

아래 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공동 우물이 있어도 할머니는 늘 윗 샘물을 이용하셨답니다.

 

머리에 물동이를 이신 할머니를 따라

저는 빛의 그림자처럼 할머니를 따라 그 샘터에 자주 가 곤 하였답니다.

물론 매일 아침 세수도 그곳에 가서 하였구요.

 

의식의 눈을 뜨기 시작했을 그 아잇 적을 생각해 보면

할머니와 자연(공작봉의 지류인 산봉우리와 풀과 나무, 샘물)이야말로 그 자체가 천연의 공부였다고나 할까요.

그래선지 졸졸 흐르는 작은 물소리에도 매우 민감한 걸 보면, 벌써부터 시냇물이 막 태어나는 시원(始源)에 대한 경외심을

느낌으로부터 깨달은 것이겠죠.

먼 훗날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높은 선은 물과 같음)를 좌우명처럼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일찍부터 샘에 관한 자연친화적인 남다른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선지 어려서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라이나 마리아 릴케>가 아니더라도

자연- 고독- 하느님은 애시당초 제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랍니다.

 

      세상 사람들과 어우른 복잡함 속에서도

      왠지 혼자 있느니만 못해

 

      마음은 늘상

      산봉우리 바위와 나무 풀 사이로 흐르는

      맑은 샘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

      거기에 할머니와 내가 있네

 

      살포시 내려앉는 산그리메와 산새 소리

      퐁퐁 솟아 흐르는 샘물처럼

      나 또한 그리 살라하네.

 

 특히 봄이 오는 요즘이라 구태어 멀리서 봄을 느낄 필요도 없어

어제도 주머니 속 작은 카메라를 의식하며

지하철 동작역에서 하차, 궂이 할머니의 샘터를 찾으려 했지만

"저기 쯤이었을 게야!'하는 어림잡음일 뿐,

거기엔 몇 십년 자란 나무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키우고 있었답니다.

 

그렇지만 산너머 우면산과 관악산 자락이 훤히 보이는

나의 소중한 보물과 추억이 서린 그곳.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사계절의 변화에 감사하고 철따라 피는 꽃이며 길 섶 작은 풀 하나에도 하느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늘상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 상선사란 절을 향해 걸었던‥ 성탄날 낮. 북한산 비봉 아래에 위치한 상선사를 향하여 걸었죠. 지난 봄, 한창 벚꽃이 만개할 무렵에 갔던 곳이고 아기자기한 비구니 사찰. 수도원에서부터 꼭 7... 김맛세오 2019.12.27 786
37 정동의 작은 정원 평화와 선 꼭 11개월의 평창동 생활을 접고 다시 정동으로 돌아왔다. 리모델링 공사가 깔끔히 마무리되지않은 채 입주하니, 모든 게 어수선! 허나 감사할 일이, ... 1 김맛세오 2020.02.12 868
36 복에 겨운 소원 T 평화가 온 누리에‥ 이 겨울, 거의 눈 보기가 힘들어 못보나싶더니어제 제법 많은 함박눈이 내렸다. 물론 서울 중심지에 자리한 정동엔 좀 높은 기온이어선지, ... 김맛세오 2020.02.17 865
35 최근에 내게, '세상에 이런 일이...' T 평화와 선 요즘엔 오랜 기간 볼 기회가 없는 T.V의 프로그램중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프로를 꽤나 선호해 시청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내 최근 내 신상에 ... 김맛세오 2020.03.29 834
34 참으로 감사드릴 은총의 봉사 T 평화와 선 작년 3월부터였으니, 주민셴터 주변에 담배 꽁초 줍기나 잡다한 쓰레기를 청소해 온지도 1년 3개월째 지나고 있다. 흔히들 65세 이상의 고령이 되면,... 김맛세오 2020.06.10 765
33 작음에서 느끼는 기쁨 온 누리에 평화 하루의 일과 중에 느끼는 기쁨은 얼마나 될까?  하기사 기쁨을 양적으로 느낄 수는 없는 법이지만, 자주 의식만 한다면 나의 기쁨은 깨알처럼 많... 김맛세오 2020.08.10 706
32 영지버섯 그리고 야생란에 대한 오랜 추억 T 온 누리에 평화를 빌며... &quot;아이고마, 기여코 고 예쁜 영지버섯을 뉜가 캐어가고 말았네!&quot; 뭔 말인고 하면, 내가 자주 산책을 가는 경희궁 내에 웬 작은 영지버... 김맛세오 2020.08.25 727
31 성거산 피정집에서... 그대는 아침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저 처마밑 낙슷물 소리를 듣는가? 어릴적, 역시 오늘처럼 내리던 빗소리에 귀기울이던 동지기 시절이 생각나고, 이승이 아무리... 김맛세오 2020.09.04 789
30 어느 행려자 아저씨의 낮잠 T 온 누리에 평화를... 늘 겨울 옷을 누덕누덕 걸치고, 나의 행로에서 서성거리는 그 모습은 대할 때마다 그 유명한 이태리의 거지 성자, 분도 라브로를 상기하게... 김맛세오 2020.09.11 771
29 현실과 진배없는 나의 꿈 T 평와와 선 나는 평소 꿈을 잘 꾸는 편입니다.  꿈은 대부분 현실이 아니지만, 생생한 꿈을 꾸고 일어난 날에는, 그 꿈의 내용이 하도 현실과 같아 다른 이들에... 김맛세오 2020.09.27 82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