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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위에서 잔치를 베푸시리라.”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들러리란 말이 있습니다.
혼인 잔치에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존재라고 할까요?
그런데 우리의 말 사용에서 들러리 서는 것은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대부분 들러리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고 싶어들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제 제가 아는 분의 가족이 뇌수술을 하여 문병하였습니다.
수술이 잘 됐다고 하였습니다.
기뻤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옆에 신자인 젊은이가 있었는데 수술을 할 수 없어서
방사선 치료밖에 받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젊은이의 아픔과 그 어머니의 더 큰 아픔이 제 마음에 걸려
돌아오는 내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잘된 것에 기뻐하며 마음이 놓이는 것과
안 된 상황이 마음에 걸리는 것 사이에서 생각했습니다.

무슨 조화이고 무슨 현상인가?
제가 아는 가까운 사람은 수술이 잘 됐다고 하니 마음을 놓고,
제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니 그가 마음에 더 남으니.

이것이 어제만이 아닌 보편적인 저입니다

기쁘고 즐거운 자리는 잘 가려하지 않고
오히려 괴롭고 슬픈 자리에 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오직 사랑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랑의 이유도 있지만 교만이 그 안에 껴있습니다.

기쁘고 즐거운 자리는 제가 꼭 없어도 됩니다.
기쁘고 즐거운 사람은 저를 꼭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힘들 때 저를 찾지만
기쁘고 즐거울 때는 저를 찾지 않습니다.
기쁘고 즐거울 때 저를 찾는 사람은
자신의 기쁨과 즐거움을 저와 꼭 같이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거나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저를 정말 사랑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싶어 하는 그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오히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같이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럴 때 저는 중요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저이니 남의 잔치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에 나오는 초대를 거부하는 사람이 저입니다.
임금님 아들의 기쁘고 즐거운 잔치에 제가 들러리 서고 싶지 않습니다.
비유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초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일을 합니다.

그런데 메뚜기도 한 철입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필요한 사람이어서 여기저기 바삐 불려 다니지만
얼마 안 있어 아무도 찾지 않고 오히려 짐이 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진정 제가 나이 먹고 중풍이라도 걸리면 그때 저는 지극히 겸손해져
저를 불러주는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할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추루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잘 꾸미고 갈 것입니다.
겉은 초라하지만 속은 사랑과 겸손과 존경이라는
최고의 예복을 갖춰 입고 갈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 초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만한 사람은 하느님의 초대를 우습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 세상 자기 일로 바쁜 사람도 초대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가 장가들어 이 세상 잔치의 주인공이 된 사람은 더더욱
하느님 나라 아드님의 잔치에 들러리가 될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겸손한 사람만이 하느님의 초대에 감사하며
하늘나라 잔치에 어울리는 사랑이라는 최고의 예복을 입고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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