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레위기는 매년 지내야 할 축제들에 관해 얘기하고,
오늘의 레위기는 오십 년마다 지내는 희년에 관해 얘기합니다.
그런데 어제 독서를 읽으면서 살포시 웃음이 났습니다.
제물을 바칠 때 흔들어 바치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제사를 지내는 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일 수도 있지만
특별히 생색을 내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거나 전할 때 굳이 이벤트를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엄마의 사랑은 굳이 생색을 내지 않습니다.
엄마의 사랑은 특별하지 않고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밥을 해주는데 특별히 한번 밥 해주는 것처럼 밥상을 흔들지 않습니다.
매일 빨래해주는데 특별히 한번 해주는 것처럼 빨래를 흔들어대지 않습니다.
그런데 연인의 사랑은 특별히 하는 사랑이기에 흔들어대야겠지요.
멀리서도 눈에 띄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깃발을 흔드는 것처럼.
그러니까 흔들어 바치는 제사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매일 바치는 제물이 아니라
며칠 안 되는 축일만이라도 연인의 이벤트처럼 특별히 바치는 사랑의 몸짓입니다.
다음으로 오늘의 탈출기는 희년을 지내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데
오십 년마다 지내는 것이니 연중 축일들보다 훨씬 더 특별한 축제입니다.
왜냐면 이 희년에 모든 것이 해방되어 원상 회복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와 수탈에서 해방되듯이
모든 것 그러니까 인간뿐 아니라 피조물과 땅까지 해방되어
본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하느님의 명령에 따른 것입니다.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것은 안식일을 넘어 안식년의 의미입니다.
생애에 한번은 안식년을 갖거나 갖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안식년의 목적은 앞서 봤듯이 모든 것의 원상회복입니다.
원상회복이란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던 그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이고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뤄져야 하고요.
흔히 JPIC(Justice and Peace, Integration of Creation)라고 하는 것의 실현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말로 하면 ‘정의와 평화와 창조 질서 보존’이라고 하고,
줄여서 ‘정평창보’라고도 하지요.
북한산 안식년이라면 북한산이 원상회복되도록 인간이 발길을 끊는 것이고,
인간의 안식년이라면 인간이 원상회복되도록 한해를 오롯이 쉬는 것이지만,
달리 말하면 인간과 자연의 파괴를 초래했던 그동안의 불의를 멈추는 것입니다.
이것이 희년의 정신인데,
그런데 쉬라는 하느님의 명령,
쉬게 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우리는 얼마나 잘 따릅니까?
나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안식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너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안식년을 제대로 주지 않으며,
자연 상태의 회복을 위해 안식년을 주지 않는 우리가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