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난안 부인이 소리 지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에 대답하지 않으십니다.
그 부인의 말은 공허한 외침으로 보입니다.
제자들도 그녀의 말을
'소리 지른다'로 표현합니다.
거리가 멀기 때문에,
예수님 바로 앞에 있지 않기 때문에,
혹은 예수님께서 잘 못 들으시기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하다보니
소리 지르는 것으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도
그 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그 말은 청원이 아니라
단순한 외침으로 들립니다.
그냥 시끄러운,
알아듣기 어려운 소음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때로는 공허한 외침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만 혼자 떠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하느님과의 대화가
사람들과의 대화처럼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은 아닐지라도
나 혼자만 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오늘 복음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록 부정적인 대답이 먼저 오지만
부인의 청을 들어주겠다는 말씀이
먼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께서는 부인의 말에 대답하십니다.
그제야 복음은
부인의 말을 '청한다'고 표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인은 가나안 사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표현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자녀가 아닌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십니다.
때로 우리의 기도가 공허한 외침처럼 보여도
자녀가 아닌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시는 하느님께서
자녀인 우리의 말을 흘려 듣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믿음입니다.
하느님께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들어 주실 것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우리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공허한 외침으로 보여도
꾸준히 기도할 수 있습니다.
그 믿음과 그 인내를
조금씩 키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