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멈추는 일과 쉼 속에서 만나는 하느님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휴가 1 바라봄

초원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전령사들이 연주하던 교향곡도 마지막 악장을 향하고, 기상을 알리는 새벽닭의 힘찬 나팔 소리도 희미해지고, 밤바다를 밝히던 갈치잡이 어선들도 귀항을 시작했습니다. 아침이슬에 젖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젊음과 윤택함을 싱그럽게 뽑아 올리던 나무들이 나이 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봅니다.

 

휴가 첫날

내 마음은 통풍이 잘되고 가슴은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의 물이랑에 싱그런 잎새를 띄우고 집을 떠나 존재의 밑뿌리를 살펴보았습니다. 보이는 현상에만 머물러 보이지 않는 본질을 잃어버린 삶은 그 근원에서부터 어둡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둡고 내 영혼도 어둠에 길들어져 있음을 보았습니다.

 

감정의 단편들이 생명을 노래합니다. 푸른 초원에 이슬이 내리듯, 뜨거운 태양이 가을 청과에 단맛을 내듯, 견디는 일과 기다리는 일, 먹이고 품어내는 일,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그 흐름 속에서 생명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길을 떠나온 사람들, 길을 가야 할 사람, 무지의 구름에 가려 캄캄하던 앞길에 빛을 비추고 동반의 길에서 부축의 팔로 서로를 지탱하도록 만남을 통해 먹이시고 돌보아 주는 영의 손길을 보았습니다.

 

사람끼리 만나고, 피조물끼리 만나는 거기, 황송한 안배로 창조의 영역을 확장하시는 하느님께서 두 손에 선물을 들고 계심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간하도록무지의 구름 속에서 시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빛을 비추고 계심을 보았습니다.

 

진실하면 즐거움을 줍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유쾌함을 주는 사람과 기쁨과 자유를 주는 사람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됩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통하여 선을 이루고자 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나의 자유를 내어 드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나를 내어줄 일들이 보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을 공유하는 기쁨이 거기에 있기에 공유된 선으로 행하는 선은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비천하고 나약한 나를 당신 선의 도구로 쓰신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 벅찬 일이며 비교할 수 없는 행복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휴가 2 흔적을 바라보는 마음

 

오랜만에 만나, 긴 세월 저마다의 삶의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나눠지지 못한 고독을 거느리고 살아왔음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형식과 체면의 겉껍질을 감추고 살아온 흔적, 여름날 한낮의 더위에 진초록의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오밤중에도 간간이 생명의 전율에 몸을 떨었는지 모릅니다. 그 흔적들은 놓아둔 채, 평범한 일상처럼 단순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은총이란 결국 특별한 만남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장 귀중한 지식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서로의 깊은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에서 나옵니다.

서로의 관계를 통하여 삶의 가장 깊은 진실을 배우는 것입니다.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과 더불어 공감하는 행복이야말로 우리가 찾는 것입니다. 무슨 일에서라도 미리 그것을 마련한 손길이 있었음을 믿습니다. 사는 건 진실로 고요한 경탄입니다. 위로부터 오는 지혜로 깨달음을 얻어 영으로 새로이 태어나는 그 감탄하올 축복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만남 안에 깃들이는 은총을 충실히 묵상하면서 또 다른 하루를 맞았습니다. 오늘은 어떤 얼굴들과 만나게 될까? 모든 피조물 안에 깃든 아름다움이 나를 반겨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3 겨울 해 겨울 해 연한 회색하늘 한 가운데 겨울 해가 흐릿한 주홍빛 물감으로 풀어져 있다 창호지 넘어 조명등을 켜 놓은 듯 눈이 전혀 부시지 않아 그렇게도 편하고 부... 2 이마르첼리노 2011.01.25 4684
532 사해사본과 그리스도의 기원 전시회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6월 4일까지 사해사본과 그리스도의 기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해사본이란 쿰란의 동굴에서 우연히 발견된 성서 두루마리를 말하는 것이... 김요한 2008.02.05 4687
531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20개월 된조카가 정확한 병명도 모른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읍니다. 제가 외국에 있는 관계로 다른 가족들과 함께 할 수 도 없고, 미사신청도 할 수 없... 이로사 2007.04.28 4688
530 비유   가을 바람에 낙엽들이   떨어지고 하나의 작은 낙엽   손을 잡으면 잡혀지고   손으로 뭉개면 가루가 되고   책에 꽃으면 책갈피가 되는데... file 일어나는불꽃 2013.11.08 4689
529 어느 할아버지의 유언 어느 할아버지의 유언   “난 네 어머니에게 잘못한 것이 많다.   네가 나대신 어머니께 잘 해드려라”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아들에게 남긴 한마디였... 이마르첼리노M 2013.12.20 4689
528 자유는 자유롭기에 자유를 선택한다. 자유는 자유롭기에 자유를 선택한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위대한 선물은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이다. 모든 피조물들을 지배하려는 자유가... 이마르첼리노 2010.12.15 4691
527 안셀름 그린 신부님 초청 영성강좌 안녕하십니까? 21세기는 문화와 영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저희 전&#8228; 진&#8228; 상 교육관은 2007년, 올해로 50돌을 맞이하면서 항상 이 시대 사람들의 목마... 전진상 영성 2007.05.24 4697
526 MYSTIC ART FESTIVAL http://www.istancoreofm.org/이스탄불에서 MYSTIC ART FESTIVAL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종교와 문화간 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 영성사무국 2009.02.14 4697
525 2006 감마영성 트레이너 기본과정 안내 감마영성 트레이너 기본 과정 1995년부터 한국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감마교육(GAMMA, 총체적인 경영교육)이 감마(感摩, 감사하는 마음을 연마하는)영성운동으로 ... 전.진.상 교육관 2006.11.25 4699
524 메아리가 없는 메아리 3  +그리스도의 평화           우리동기들은 교육기 때 등산을 하면서   목표지점에 도달하려고 하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다시 ... 일어나는불꽃 2013.10.19 4700
523 [나눔]- 살아감이란..... 저는 지난 토요일에 '젊은이 피정'에 참가하기 위해 간단한 짐을 꾸려 피정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가던 중... 제 친구 경수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 홍성한 벨라르미노 2007.02.25 4708
522 미얀마를 위한 기도부탁 많은 분들이 소식을 들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미얀마는 얼마전에 사이클론으로 10만명에 달하는 인명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주택과 공공시설에 관한 피해까지 ... file 관리형제 2008.05.14 4716
521 늘 고맙습니다. http://blog.ohmynews.com/specialin/category고생 많으시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어제 즉문즉답에 참여한 사람인데요. 2층 강의실에서 제가 우산을 놓고 왔거든... 이인 2008.11.28 4720
520 오감으로 만나는 하느님 (공동체 피정) 오감으로 만나는 하느님 &#8211; 공동체 피정중에, 오랜 장마비가 그치고 개인 날, 성바오로 피정의 집에서 드높은 메타쉐콰이어의 그늘아래 앉아 오감으로 하느... 이마르첼리노 2011.07.07 4722
519 2학기토착화신학당 개강안내 2006년 2학기 토착화 신학당 개강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심상태몬시뇰)가 주최하는 「토착화신학당」에서는 “21세기 한국교회의 토착화와 영성”이라는 주...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2006.08.21 4732
Board Pagination ‹ Prev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