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4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멈추는 일과 쉼 속에서 만나는 하느님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휴가 1 바라봄

초원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을 전령사들이 연주하던 교향곡도 마지막 악장을 향하고, 기상을 알리는 새벽닭의 힘찬 나팔 소리도 희미해지고, 밤바다를 밝히던 갈치잡이 어선들도 귀항을 시작했습니다. 아침이슬에 젖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젊음과 윤택함을 싱그럽게 뽑아 올리던 나무들이 나이 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봅니다.

 

휴가 첫날

내 마음은 통풍이 잘되고 가슴은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의 물이랑에 싱그런 잎새를 띄우고 집을 떠나 존재의 밑뿌리를 살펴보았습니다. 보이는 현상에만 머물러 보이지 않는 본질을 잃어버린 삶은 그 근원에서부터 어둡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둡고 내 영혼도 어둠에 길들어져 있음을 보았습니다.

 

감정의 단편들이 생명을 노래합니다. 푸른 초원에 이슬이 내리듯, 뜨거운 태양이 가을 청과에 단맛을 내듯, 견디는 일과 기다리는 일, 먹이고 품어내는 일,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그 흐름 속에서 생명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길을 떠나온 사람들, 길을 가야 할 사람, 무지의 구름에 가려 캄캄하던 앞길에 빛을 비추고 동반의 길에서 부축의 팔로 서로를 지탱하도록 만남을 통해 먹이시고 돌보아 주는 영의 손길을 보았습니다.

 

사람끼리 만나고, 피조물끼리 만나는 거기, 황송한 안배로 창조의 영역을 확장하시는 하느님께서 두 손에 선물을 들고 계심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간하도록무지의 구름 속에서 시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빛을 비추고 계심을 보았습니다.

 

진실하면 즐거움을 줍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유쾌함을 주는 사람과 기쁨과 자유를 주는 사람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됩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통하여 선을 이루고자 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나의 자유를 내어 드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나를 내어줄 일들이 보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을 공유하는 기쁨이 거기에 있기에 공유된 선으로 행하는 선은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비천하고 나약한 나를 당신 선의 도구로 쓰신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 벅찬 일이며 비교할 수 없는 행복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휴가 2 흔적을 바라보는 마음

 

오랜만에 만나, 긴 세월 저마다의 삶의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나눠지지 못한 고독을 거느리고 살아왔음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형식과 체면의 겉껍질을 감추고 살아온 흔적, 여름날 한낮의 더위에 진초록의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오밤중에도 간간이 생명의 전율에 몸을 떨었는지 모릅니다. 그 흔적들은 놓아둔 채, 평범한 일상처럼 단순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은총이란 결국 특별한 만남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장 귀중한 지식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서로의 깊은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에서 나옵니다.

서로의 관계를 통하여 삶의 가장 깊은 진실을 배우는 것입니다.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과 더불어 공감하는 행복이야말로 우리가 찾는 것입니다. 무슨 일에서라도 미리 그것을 마련한 손길이 있었음을 믿습니다. 사는 건 진실로 고요한 경탄입니다. 위로부터 오는 지혜로 깨달음을 얻어 영으로 새로이 태어나는 그 감탄하올 축복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만남 안에 깃들이는 은총을 충실히 묵상하면서 또 다른 하루를 맞았습니다. 오늘은 어떤 얼굴들과 만나게 될까? 모든 피조물 안에 깃든 아름다움이 나를 반겨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자유나눔 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남겨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5 고난의 땅에 피는 흑장미 고난의 땅에 피는 흑장미   머리로 아는 것은 깊이가 없다. 진실의 바닥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고난의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참기 어려운 현실 속에... 이마르첼리노M 2020.09.03 544
534 거울 하나 있으면 거울 하나 있으면   나를 비춰줄 거울 하나 하느님의 형상인 나를 비춰 줄 정직한 친구 하나 나의 그늘을 보여줄 수 있는 거울 그냥 비춰주기만 해도 좋... 이마르첼리노M 2019.09.12 544
533 행동하는 자비가 육화되는 땅 행동하는 자비가 육화되는 땅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1요한 4, 11)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에 ... 이마르첼리노M 2021.01.06 543
532 거리두기 거리두기     서로를 다치지 않게 하고 많은 말이 필요 없는 서로 좋은 이웃이 되려면 거리를 두고 존중하는 것이 더 큰 사랑이라고 코로나가 가르... 이마르첼리노M 2020.06.01 543
531 내가 없으면 보이는 낙원 내가 없으면 보이는 낙원   가난해지면 보이는 것  프란치스칸 가난이 주는 최고의 열매는 지금 여기서 낙원을 보는 눈이다. 나를 중심으로 하던 모든 것... 이마르첼리노M 2020.09.07 542
530 하늘은 네 안에 있다. 하늘은 네 안에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 가운데는 갓난아이가 첫웃음을 짓는 날 모두 모여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과 눈빛 아이... 이마르첼리노M 2020.08.21 542
529 과거의 그늘에서는 쉴 곳이 없다. 과거의 그늘에서는 쉴 곳이 없다.   그늘진 곳에서 날 붙잡고 있는 틀 사장님, 교수, 의사, 등등 과거의 타이틀에 묶여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틀 과거의... 이마르첼리노M 2019.09.05 541
528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기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기   개별 정체성이 허용되는 시대에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느끼는가? 특별한 존재 열등한 존재 우월한 ... 이마르첼리노M 2019.11.07 540
527 피조물 안에서 빛나시는 하느님의 얼굴 피조물 안에서 빛나시는 하느님의 얼굴   우주 만물의 모든 피조물 안에서 빛나시는 하느님의 얼굴 오감으로 만나는 신비한 얼굴 생명 있는 모든 존재와 더불어 ... 1 이마르첼리노M 2022.05.13 539
526 만찬의 신비 앞에서 만찬의 신비 앞에서   예수께서는 만찬에 앞서 새로운 계명을 주셨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이다. 그분께서는 그 계명을 관계의 혁... 이마르첼리노M 2021.03.30 539
525 만추의 하늘 아래 만추의 하늘 아래   가을은 사과처럼 빨갛다. 노란 은행잎 주홍의 벚나무와 느티나무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 먼 산의 낙엽송 산골에 피어오르는 파르... 이마르첼리노M 2019.11.16 539
524 9. 영적 슬픔에서 지혜를 캐기 9. 영적 슬픔에서 지혜를 캐기 작가 하버트 조지 윌슨은 자신을 불행한 이라고 묘사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는 주기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 김상욱요셉 2023.09.18 537
523 코로나의 공포 속에서 수난기를 묵상하며 코로나의 공포 속에서 수난기를 묵상하며   사랑은 성공의 문제가 아니다. 상상의 온도계로 너의 상황을 재고 경쟁의 상대를 이길 때만 훌륭하다고 믿었던... 이마르첼리노M 2020.04.05 537
522 악마의 편 가르기 악마의 편 가르기   도덕적 우위에 올라서서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이 편싸움을 시작했다.   통제의 목적과 수단을 감추고 죄책감이 제거된 신성시된 폭... 이마르첼리노M 2019.07.28 537
521 무능을 등에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기 무능을 등에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기   예수께서 행하고 선포하신 복음은 “나를 따르라”고 하셨지 나를 예배하라고 하시지 않았다.   자격 있다고 스... 이마르첼리노M 2020.06.01 536
Board Pagination ‹ Prev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 101 Next ›
/ 10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